반응형

지난 4월 영국 소비자 물가지수 발표 후에 아래와 같이 적었다.

1. 물가가 영국중앙은행 (BOE) 예측보다 더 높이 오르고 더 늦게 떨어질 가능성이 최소 50%

- 그동안 예측도 계속 틀렸는데, 지금 세계정세를 보면 더 상황은 어렵다고 생각. (공급 충격 지속,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2. 영국중앙은행 (BOE)이 울며 겨자 먹기로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는 가능성은 50% 이상

- 정치적 압력은 점점 증가할 가능성 농후. BOE는 공급충격이 점진적으로 해결되고, 소비자들이 알아서 지갑을 닫으면서 물가가 잡히길 기대하고 있다. 소위 recession kills inflation을 예상하는 건데, recession with inflation, 즉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3. 영국 경제의 상황이 다른 개방경제 구조를 가진 국가들의 '선행지표' (leading indicator).

- 무역 비중이 높고, 자체 생산 가능한 제품이 낮은 국가들은 특히!

 

따라서 여전히 영국 금리 또한 당분간은 상방 압력이 더 높다고 판단.

 

2022.05.19 - [기관투자노트/경제지표] - 영국 4월 CPI 소비자 물가지수 발표: 'cost of living' crisis deepens

 

영국 4월 CPI 소비자 물가지수 발표: 'cost of living' crisis deepens

지난 18일에 나온 영국 4월 CPI 소비자 물가지수는 시장의 예상 (9.1%) 보다 살짝 못 미치기는 했지만 여전히 상당한 물가상승 압력이 이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3월의 7%보다 올라 4월에는

londonin.tistory.com

 


1. 통계 수치 분석

그리고 한 달이 지난 6/22, 영국 5월 소비자 물가지수 통계치가 나왔다. CPI는 예상과 같은 9.1%, 하지만 CPI Core는 예상보다 낮은 5.9%.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하면 그나마 조금 속도가 줄어든 모습이다.

2022년 5월 영국 물가 상승률 통계 발표: CPI 9.1%

물론 지난달보다 조금 오른 9.1%라는 수치는 또다시 40년 만의 최고치 경신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상승세가 조금은 완만해진 것에 조금이나마 잠시 안도할 수 있는 상황. 특히 이번 달 영란은행 (BOE)이 전망한 수치보다 좀 낮은 결과가 나왔다. 현재 BOE 전망은 CPI가 오는 10월에 11%까지 상승해서 정점을 찍은 후에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에 이번 수치는 잠시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는 결과.

 

영국 통계청 (ONS) 자료를 보면 여전히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가계 전기 및 가스비와 교통비, 유류비, 그리고 식품 가격 상승이 큰 압력으로 작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영국 CPI 증가 추이: 2022년 5월에 9.1%로 상승 (UK ONS)

특히 4월과 비교해서 이번 달에는 식품 가격 상승이 큰 증가세를 보였다.

영국 CPI 항목 전월대비 증감 항목 비교: 2022년 5월은 식품 가격 상승이 큰 비중을 차지 (UK ONS)

 

 

2. 채권 시장 반응

특히 아래와 같이 프랑스계 금융기관 한 곳이 홀로 10% 예측을 내놓은지라 다들 긴장하고 있었는데... 결과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수치가 나왔다.

통계 발표 전까지 금리 스왑 시장에서는 올해 연말까지 영란은행 (BOE)으로부터 세 번의 50 bps 및 한 번의 25 bps 금리 인상을 선반영하고 있었다. 다들 좀 과한 거 아니냐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으면서도 뜨거운 CPI 증가 추세에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 발표 이후 단기 금리 중심으로 10 bps 가 즉시 하락한 후, 장중에 추가로 10 bps가 더 빠지면서 채권 시장은 뜨거운 bull market 장세를 연출. 영국 금리 움직임이 오늘은 선진국 시장 금리를 견인하면서 유럽 및 미국 금리 또한 하락세를 이어간 하루.

영국 2년 만기 국채 금리: 개장 전 CPI 발표 여파로 10 bp 급락하며 장 시작

중앙은행의 정책 목표가 물가 안정에 집중된 지금, 오늘과 같이 물가 상승률이 조금이나마 둔화되는 듯한 지표가 나오면 채권 시장 참가자들은 중앙은행들이 상대적으로 금리 인상을 덜 해도 될 거라는 기대감으로 인해 단기 만기 중심으로 금리가 하락하는 장세를 연출하는 게 교과서적인 모습이다. 그리고 오늘 영국 금리 시장의 반응이 바로 그러했다. 중앙은행의 추가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꺾이면서 금리 하락을 예상하고 채권 수요가 증가하는 장세.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금리 하락이 주식 시장에 단기적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는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주가지수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유럽 소비자 물가지수가 나오는 이달 말까지는 선진국 중심의 금리 하락세가 더 이어지리라 판단하고, 주가도 조금 더 반등하리라 예상하고 있다.

 

 

3. 물가 상승은 임금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나?

지금 대부분 중앙은행들의 걱정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물가 상승으로 인한 사람들의 기대 물가 상승 (inflation expectation) 압력 증가 위험. 한 마디로 물가가 오른다고 사람들이 믿기 시작하면 그 믿음이 현실이 된다는 단순하면서도 무서운 현실. 둘째, 물가 상승이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기업이 다시 그 임금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 또 다시 물가가 오르는 악순환의 현실화.

 

특히 이 두 번째 위험의 신호가 유럽에서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높은 물가상승률은 이제 노조들의 임금 인상 요구와 파업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번 주 런투노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내내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이는 영국 철도 및 지하철 노조가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섰기 때문. 영국에서 30년 만에 최대 규모의 파업이 진행 중이다. (하긴 물가가 4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으니....)

 

따라서 이번 주 런던 시내 대중교통이 마비 상태가 되어 출근이 매우 어려워졌다. 철도 노조 측에서는 물가 상승을 감안해서 7%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사측에서는 3%를 제시하면서 협상은 결렬되었고, 결국 영국 철도 및 런던 지하철 노조가 6/21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Rail strike: Country must stay the course, says Boris Johnson - BBC News

 

Rail strike: Country must stay the course, says Boris Johnson

Disruption hits millions of English, Welsh and Scottish commuters in the first of three strikes.

www.bbc.com

 

London Underground strike: Fourth 24-hour Tube strike of 2022 disrupts capital - BBC News

 

London Underground strike: Fourth 24-hour Tube strike of 2022 disrupts capital

About 10,000 London Underground staff walk out as part of the biggest national rail strike in 30 years.

www.bbc.com

 

Newspaper headlines: 'Network derailed' and 'summer of discontent' - BBC News

 

Newspaper headlines: 'Network derailed' and 'summer of discontent'

The biggest rail strike in 30 years, which starts on Tuesday, leads nearly all the front pages.

www.bbc.com

 

영국 언론들은 지금의 현실을 1970년대와 비교하는 기사들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영국 철도 노조뿐 아니라, 교사, 간호사, 의사, 공무원, 우체부 등 다른 노조들도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이거나 조만간 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현실이다. 

즉 정부와 중앙은행이 우려하던, 고물가로 인해 먹고살기 힘들다는 노동자들의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임금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위험이 크다. 영국 언론들은 이를 70년대의 'Winter of discontent'에 빗대, 2022년 'Summer of discontent' (불만의 여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1978년 겨울부터 시작된 '불만의 겨울' 또한 높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당시 영국 노동당 정부가 임금 인상 최대치를 제한했고, 이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이어지면서 영국 사회가 몇 달간 마비된 것. (그리고 이러한 흐름이 마가렛 대처라는 '철의 여인' 총리의 탄생과 신자유주의 흐름으로 이어진 것도 사실.) 따라서 지금의 흐름과 상당히 유사점이 많은데, 그나마 차이가 있다면 2022년의 노조 가입률 (20% 수준)이 1978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정도가 다행이라면 다행인가 싶다.

Winter of Discontent - Wikipedia

 

Winter of Discontent - Wikipedia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Jump to navigation Jump to search Winter of 1978–79 in the United Kingdom The Winter of Discontent was the period between November 1978 and February 1979 in the United Kingdom characterised by widespread strikes by p

en.wikipedia.org

 

그러나 이는 영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영국보다 더 노조가 활성화되어있고 사회민주주의 색채가 진한 독일 및 다른 유럽 대륙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독일 철강 노조는 8%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단체 교섭에 들어간 상황이고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Cost of living: Threat of 'summer of discontent' not unique to UK as unions flex muscles Europe wide | Business News | Sky News

 

Cost of living: Threat of 'summer of discontent' not unique to UK as unions flex muscles Europe wide

Sky's Ian King says rising inflation has formed a battleground for better pay and conditions across Europe, with union-led action expected to affect the travel sector hardest as the key summer holiday season looms.

news.sky.com

 

 

전에 영국 경제 지표를 언급하면서 영국 경제가 세계 스태그플레이션의 선행지표 같다고 언급했었다.

 

그렇게 선진국 경제 중에서 제일 먼저 stagflation의 징조를 드러낸 영국에서, 이제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는 나쁜 인플레이션의 징후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이는 어쩌면 다른 나라들도 앞으로 겪게 될 어려움의 예고편일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든다.

2022.05.06 - [기관투자노트/중앙은행 정책] - 2022.5.5 영국중앙은행 (BOE) MPC 통화정책발표 복기: Stagflation is not a word we use (Bailey)

 

2022.5.5 영국중앙은행 (BOE) MPC 통화정책발표 복기: Stagflation is not a word we use (Bailey)

미 연준 FOMC와는 달리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매우 전망이 엇갈리던 영국중앙은행 (BOE) MPC 통화정책발표. 25 bp 금리 인상과 함께 상당히 우울한 경제 전망치 제시가 나왔다. 특히 영국중앙은행 (

londonin.tistory.com

 

경제학 교과서나 역사책으로만 접했던 인플레이션의 무서움을 현실에서 체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나면, 왜 미 연준 (FED)이 지난주 FOMC에서 한 방에 75 bps 금리 인상을 단행했는지 (그리고 지금 연준이 한가하게 주가 하락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닌지), 그리고 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다들 깜짝 놀라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단순히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주가가 빠지는 수준이 아닌, 사회 전체적인 혼란과 역성장을 피할 수 없기 때문.

 

이런 2022년의 현실에서 당분간은 물가 전망 및 그에 따른 중앙은행 통화정책에 대한 고려가 투자 전략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 글이 마음에 드셨나요?

런던투자노트는 런던에서 일하는 현직 채권 트레이더의 금융시장, 투자 및 유럽 관련 블로그입니다.

런투노의 새 글들을 이메일로 구독하고 싶으시다면 아래의 링크를 눌러주세요.

'런던투자노트' 이메일로 구독하기

 

다음 링크를 통해 텔레그램 (Telegram)으로도 구독 가능합니다.

'런던투자노트' 텔레그램 채널 구독하기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