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ECB는 이번 7월 회의에서 지난 8년간의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나는 역사적인 첫 발을 내디뎠다. 그것도 한 번에 50 bps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결정! 이는 또한 2011년 이후 ECB의 최초의 금리 인상이기도 하다.

아래 차트를 보면 지난 200년 간의 유럽 주요 중앙은행들의 정책 금리를 확인할 수 있다. 얼핏 보기에도 최소 5% 수준은 되어야 평균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고, 2000년부터 지난 20년간의 저금리 기간이 오히려 매우 예외적인 시기였구나 싶다. 지금의 de-globalisation, reshoring, 고령화 등의 커다란 흐름의 변화를 고려하면, 긴 안목으로 봤을 때 결국 평균으로 수렴 (mean reversion)한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특히 작년까지만 해도 시장 참가자 대다수가 유럽의 만성적인 저성장 잠재력과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들로 인해 꽤 오랫동안 마이너스 정책 금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예상을 했었음을 떠올려보면 그때와 비교해서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의 2022년!

유럽 주요 중앙은행 정책 금리: ECB는 7월 50 bps 인상으로 마이너스 금리 탈출 (DB)

1. 50 bps 정책 금리 인상
전에 아래 글에서 ECB는 25 bps 금리 인상으로 첫 걸음을 시작하리라 예상했었다. 이는 지난 6월 회의에서 ECB가 다음과 같은 강한 forward guidance를 제시했기 때문.
"...the Governing Council intends to raise the key ECB interest rates by 25 basis points at its July monetary policy meeting."

즉 이번 결정은 이와 같은 자신들이 한 달 전에 발표한 내용을 정면으로 뒤집는, 즉 중앙은행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180도 번복 결정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의 10%에 가까운 물가상승률 앞에서 이 같은 비판을 무릅쓰고라도 50 bps 인상을 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이해한다. 너무 늦었으니 할 수 없는 것.
2022.07.18 - [기관투자노트/중앙은행 정책] - 2022.7.21 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 (ECB GC) 전망

2022.7.21 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 (ECB GC) 전망

이번 주는 유럽에 주목할 만한 macro event가 잔뜩 대기 중이다. 미국은 Tesla를 비롯한 주요 기업 실적 발표에 이목이 집중된 반면, 유럽은 다음과 같이 거를 틈이 없는 타선 같은 macro 일정이 줄줄이

londonin.tistory.com

이제 시장은 9월에도 50 bps 금리 인상을 선반영하고 있다. 8월에 ECB 정책 발표가 없는 것과, 3분기까지 이어질 고물가 압력을 고려할 때, 개인적으로는 50 bps는 기본이고 75 bps 가능성도 40% 이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시장은 20% 정도 선반영 중)

현재 다음 9월 ECB 정책 결정에서 또 한 번 50 bps 금리 인상을 선반영

그 후의 정책 경로는 지금 예상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이는 두 가지 이유 때문.
1) No more forward guidance
이번 정책 발표에서 Lagarde 총재는 명확하게 더 이상 forward guidance는 없고 매 회의마다 경제 지표에 따라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meeting by meeting decisions based on incoming data) 따라서 지금 예상하는 9월 이후의 정책 경로는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다. 매달 새로 알게 되는 경제 지표에 따라 예상을 조정하는 방법뿐이다. 이는 시장 변동성을 높이고 option premium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2) 누가 유럽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러시아를 보라. (적어도 2022년에는....)
향후 러시아 및 에너지 위기가 어떻게 해결되는가 및 이번 겨울 유럽은 얼마나 추울 것인가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 에너지 위기의 향후 전개 방향에 따라 물가 및 경기침체 전망이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 (아래 글 참고)
2022.07.08 - [기관투자노트/대형 사건] - 유럽의 에너지 위기, 물가상승, 독일 가스 위기: EURO 환율 및 유럽 주가지수 전망

유럽의 에너지 위기, 물가상승, 독일 가스 위기: EURO 환율 및 유럽 주가지수 전망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러시아와 유럽의 에너지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산업 전반의 원가 부담, 가계의 고물가 부담, 무역수지 적

londonin.tistory.com



2. 파편화 방지 대책 (anti fragmentation tool): the TPI (Transmission Protection Instrument)
또한 예고했던 대로 이번 회의에서 ECB는 유럽 각국간 지나친 금리 스프레드 확대 및 파편화를 방지하기 위한 추가 정책을 발표했다. TPI...
The Transmission Protection Instrument (europa.eu)

The Transmission Protection Instrument

Search Results --> Home Media Explainers Research & Publications Statistics Monetary Policy The €uro Payments & Markets Careers

www.ecb.europa.eu

아래 표는 도이치뱅크가 잘 정리한 현재 ECB가 보유하고 있는 여러 정책 수단 목록. 이번에 나온 TPI는 우선 규모가 무한대이고, 의도적인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도, 네 가지 충족 조건을 통해 각국의 도덕적 해이 또한 방지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또한 네 가지 조건은 유럽 법률을 충족시키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내용만을 놓고 보면 각국 금리 스프레드가 지나치게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기에는 충분하고 효과적인 정책 수단으로 보인다.

현재 ECB가 보유하고 있는 여러 정책 수단. 이번에 TPI 추가 (DB)

단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의도적으로 ECB가 어느 정도 수준이 용납할 수 없는 파편화 정도인지를 밝히지 않았기에, 시장은 이번 이태리 정치불안과 같은 변수가 생겼을 때 분명히 스프레드가 벌어지는 쪽으로 ECB의 정책 의지를 시험하려고 할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어제 정책 발표 후에 ECB에서는 지금의 시장 상황이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파편화 상태가 아니라고 언론을 통해 흘렸다. 이 말은 반대로 해석하면 '독일-이태리 스프레드 230 bps 정도는 괜찮군. 전에는 300 bps 이상도 갔었으니, 현재 상황을 봐서는 스프레드 확대에 베팅하자.'라는 시장참가자들의 risk taking을 초대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더구나 모든 중앙은행들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정치적 상황에 개입하는 것을 극도로 조심한다. 따라서 지금 같이 이태리 정치 상황으로 인한 스프레드 확대 국면에서는 실제로 ECB가 정책 개입을 하기가 쉽지가 않은 것이 현실이고, 시장은 이 빈틈을 노려 베팅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3. Quo vadis Italia? Super Mario is gone.
ECB가 역사적 정책 발표를 한 같은 날, 전 ECB 총재이자 현 이탈리아 거국 정부의 수장, 드라기 (Mario Draghi) 총리가 사퇴를 했다. 폭넓은 대중의 지지에도 불구, 몇몇 정당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결국 슈퍼 마리오의 사퇴로 이어진 것.

개인적으로 독일 같은 나라를 보면 내각제가 참 좋은 정치 제도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이태리를 보면 정말 내각제는 최악이구나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아래 그래프는 지난 160여 년 간의 이태리 총리들의 이름과 재임기간을 보여주는 자료. 두 가지 재미있는 내용이 보인다.
1) 평균 총리의 재임 기간은 1.2년
- 아무런 정책적 연속성 또는 지속적인 개혁 정책을 전혀 기대할 수 없음
2) 최장수 총리는 독재자
- 무솔리니.....?!

1년 반도 못 버티고 계속 바뀌는 이태리 총리들

결국 이태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로 하반기(9/25) 에 조기 총선을 하게 된다. 문제는 현재 여론 추이를 볼때 극우 정당이 연립 정권의 한 축을 차지하거나 소수 정권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 ECB로서는 향후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너무 골치가 아픈 상황이다.


4. 간략한 향후 유럽 시장 전망
어제부터 이어진 채권 금리 하락, 특히 단기 금리 하락은 좀 지나친 감이 있다. 여전히 ECB는 당분간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 따라서 단기 금리는 이 구간부터는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

독일 2년 만기 국채 금리

독일-주변국 스프레드는 TPI 와 PEPP reinvestment에 상관없이 당분간은 확대 압력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 이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금리 상승 (긴축 정책)은 credit spread의 상승을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둘째, 이태리와 현재 에너지 위기는 스프레드 확대 압력으로 작용한다. (아래 그래프 흰색)

따라서 EUR 환율 (USD 대비) 은 당분간 하방 압력이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1) 에너지 위기와 이태리 2) 상대적으로 큰 유럽의 stagflation risk. 따라서 USD 가 더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 (금리도 USD가 더 높고, 최종 금리 수준도 높다). 결국 EUR는 USD와의 parity를 깨고 좀 더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ECB는 정말 어려운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늘 그랬지만...) 결국 단일 재정정책이 없는 (no single fiscal union) 유럽 연합의 중앙은행으로서는 지금처럼 현실과 타협하는 미봉책을 가지고 단일 통화정책 (single monetary policy)을 펼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TPI 같은 정책 수단을 발표한 것.

2023년까지 유럽은 더 큰 stagflation은 피할 수 없을 것이고, 경기 침체의 골이 꽤 깊을 가능성이 높은 환경에서 금리 인상을 이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재 ECB의 어려운 정책 환경이다. 유럽연합이 붕괴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당분간 유럽의 파편화 위기 및 스프레드 확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에너지 위기의 실마리가 풀리기 전까지는 EUR fx도 EU equities도 살 생각이 없다.
좀 더 큰 discount를 기다리고 있다.


이 글이 마음에 드셨나요?
런던투자노트는 런던에서 일하는 현직 채권 트레이더의 금융시장, 투자 및 유럽 관련 블로그입니다.
런투노의 새 글들을 이메일로 구독하고 싶으시다면 아래의 링크를 눌러주세요.

'런던투자노트' 이메일로 구독하기


다음 링크를 통해 텔레그램 (Telegram)으로도 구독 가능합니다.

'런던투자노트' 텔레그램 채널 구독하기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