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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유럽에 주목할 만한 macro event가 잔뜩 대기 중이다.

 

미국은 Tesla를 비롯한 주요 기업 실적 발표에 이목이 집중된 반면, 유럽은 다음과 같이 거를 틈이 없는 타선 같은 macro 일정이 줄줄이 이어진다:

7/19: 영국 6월 고용 통계

7/20: 영국 6월 CPI & 이태리 드라기 총리 재신임 (또는 내각 해산)

7/21: ECB 통화정책 발표 & 러시아 노드스트림 1 가스 정비 종료

7/22: EU 7월 PMI & 러시아 가스 공급 재개 여부 

 

특히 7/21 유럽중앙은행 (ECB)은 매우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 뒤늦은 감이 많은 금리 인상에 나서리라 예상한다. 2011년 7월 7일 마지막 금리 인상으로부터 햇수로 12년 만에 드디어 유럽도 첫 정책 금리 인상을 하는 셈이다. 

 

 

1. 정책 금리 인상: start with 25 bps

금리 인상의 규모 자체는 이미 시장 참가자 대다수가 25 bps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라가르드 (Lagarde) ECB 총재가 여러 번 점진적 정책금리 정상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25 bps 보다 큰 폭의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치는 거의 없는 상황.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미 시장은 7월은 25 bps, 9월에 50 bps 인상을 기본 경로로 선반영하고 있다.

ECB 정책 금리 경로 시장 선반영 (EUR ESTR swap market)

문제는 가을 이후의 금리 인상 경로가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는 점인데, 이는 전적으로 다음 두 가지 외부 변수에 달려 있다.

첫째,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얼마나 재개할 것인가?

둘째, 올 겨울 유럽은 얼마나 추울 것인가?

 

아마 이 두 가지 변수가 올여름을 지나면서 어떻게 전개되는가에 따라 10월과 12월의 ECB 정책 금리가 보다 강한 긴축으로 나아갈 것인지 아닌지를 좌우하리라고 본다. 러시아 가스 공급 재개의 규모와 올 겨울 날씨에 따라 유럽의 경제 상황은 크게 바뀌리라고 판단하고 있다.

 

Best scenario로는 러시아 가스 일부 공급 재개 및 따뜻한 겨울 날씨로 유럽 경제가 약한 수준의 stagflation을 겪고 넘어가는 것이고, 이의 경우 ECB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최소 25 bps에서 50 bps 금리 인상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에너지 위기 악화로 가스 및 전기 배급제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추운 겨울을 맞이한다면 상당한 충격의 깊은 stagflation 속에서 ECB는 어쩔 수 없이 공급 충격으로 인한 고물가를 용인하면서 금리 인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솔직히 지금 10월에 25 bps을 할지, 50 bps을 할지, 그리고 12월에도 금리 인상을 이어갈 수 있을지 예상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다. 

 

9월에는 최소한 50 bps에서 75 bps 까지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그 후의 정책 금리 경로는 정말 오리무중.

 

만일 누군가 자신 있게 ECB 정책 경로를 예상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건 아마도 푸틴 본인이 아닐까?

 

 

2. 유럽 거시 경제 상황: Not easy at all!

솔직히 내가 ECB 정책 결정권자가 아니라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원칙대로라면 물가 안정을 위해 그냥 금리 인상을 밀어붙이는 게 정석이겠지만, 정책 환경이 너무 어렵다. 아래 차트들은 유럽이 처한 공급 충격 stagflation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따로 설명이 필요 없다.)

 

2.1. 선행지표로 볼 수 있는 PMI 약세

2.2.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경기침체 가능성

2.3. 지난번 금리인상기 (2011녀)의 2배 수준을 넘는 인플레이션

2.4. 에너지 위기로 크게 하향 조정되고 있는 GDP 전망

2.5. 임금 단협을 통해 높아지는 wage spiral, cost push inflation risk

결국 높은 헤드라인 물가 및 임금 상승 압력을 좌시할 수 없기에,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ECB. 문제는 경기침체 국면에서 고물가를 잡기 위해 계속 금리 인상을 할 것인가인데... 개인적으로는 불가피하게 어느 정도는 계속 금리를 올리지 않을까 판단하고 있다. (적어도 최종 금리 1%대까지는 '못 먹어도 Go'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욕 먹을 물가 수준!)

 

 

3. 파편화 방지 대책 (Anti-fragmentation tool): Whatever it takes, version 2?

하지만 시장의 관심은 이번 ECB 금리 인상의 폭보다는, 소위 파편화 방지 대책 (Anti-fragmentation tool)의 내용에 더 관심이 쏠려 있다. 아래 차트를 보면 현 이태리 총리이자 전 ECB 총재인 드라기의 유명한 'Whatever it takes'가 정확히 10년 전 유럽 위기의 전환점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별표로 표시한 2012년 7월)

그리고 이제 눈앞의 에너지 위기 및 긴축 정책 과정에서의 파편화 위험을 돌파하기 위한 ECB의 정책 대응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 현재 확실한 것은 이 정책 수단의 명칭뿐, 나머지는 베일에 가려진 상태이다.

 

ECB가 잠정 공개한 이 정책 수단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Transmission Protection Mechanism (TPM)

(젠장, 외워야 할 영어 약자가 하나 더 늘어버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ECB는 소위 '전략적 모호성' (Strategic ambiguity)를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큰 틀만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 세 가지 정도를 공개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3.1. 조건 (conditionality)

백지수표로 그냥 막 지원해 줄 경우, 도덕적 해이 우려 및 유럽 법률에 위반할 위험이 있으므로 어느 정도의 강제성을 띈 재정 정책 관련 조건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조건은 되려 정책 수단의 효능을 반감시킬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유연한, 즉 충족이 그리 어렵지 않은 조건을 달 듯.

 

3.2. 규모 (size)

아마도 무제한이 아닐까 싶다. 규모가 한정적일 경우,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 따라서 지난 2011년의 OMT (Outright Monetary Transaction)을 발표할 때의 'whatever it takes' 같은 무제한 규모가 아닐까?

 

3.3. 구체적인 스프레드나 금리 목표 (Spread target or Yield target)

그나마 이건 자신 있게 예측 가능하다. 절대 구체적인 수치를 명시하지 않을 것이다. 수치를 제시하는 순간, 시장이 그 수치까지 ECB를 시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따라서 독일-이태리 금리 스프레드가 250 bps 이하여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목표는 절대 제시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아마도 시장은 ECB의 정책 발표를 당장 시험하려 들지는 않고 어느 정도는 믿음을 보여주리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위기가 더 심해지거나, 이태리 정치 혼란이 가중될 경우, 그 순간에 ECB의 정책 의지는 다시 한번 시장의 시험대에 오르지 않을까 싶다.


써 놓고 보니, 역시 이번 주 ECB 정책 발표보다 더 중요한 macro 변수는 현재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다음 두 가지이지 싶다.

1. 러시아는 가스 밸브를 다시 열 것인가?

2. 올 겨울 유럽은 얼마나 추울 것인가?

 

따라서 현재 유럽 자산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고 포지션을 잡기보다는, 그때그때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대응에 나서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한다.

 

Keep your powder dry and have a game plan for each scenario to react according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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