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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러시아와 유럽의 에너지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산업 전반의 원가 부담, 가계의 고물가 부담, 무역수지 적자 등 많은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중이고, 최근 유로화 약세 및 유럽 주가 약세의 직접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아직은 이 위기의 돌파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 

 

1. 가스 공급을 줄이고 있는 러시아, 그리고 유럽의 에너지 위기

https://www.bbc.co.uk/news/science-environment-61899509

 

Europe told to prepare for Russia turning off gas

The International Energy Agency warns that Russia may stop supplying gas to Europe this winter.

www.bbc.com

러시아는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4월부터 지속적으로 유럽 여러 국가들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고 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최근 러시아가 지속적으로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밸브를 잠그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럽 각국의 가스 비축량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보통 여름에 비축량을 늘려서 겨울에 대비하는 계절적인 수요가 존재하는데, 지금의 가스 공급 감소는 올 겨울을 대비한 천연가스 비축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는 상황. 작년 여름만 해도 하루 4억 세제곱 미터 수준이던 공급량이 지금은 1.5억 수준이니 전년의 40%에도 못 미치는 공급량이다. 

줄어들고 있는 러시아의 대 유럽 가스 공급 (BBG)

이로 인해 최근 유럽에서는 전기가 더 이상 필수품이 아닌 사치품이 되어가고 있다는 웃픈 이야기까지 나왔다. 전기 발전에 필요한 에너지의 원가가 오르니, 이에 따른 전기 생산 단가가 크게 치솟고 있다.

치솟고 있는 유럽의 전기 단가 (BBG)

그나마 최근 원유 가격 (아래 파란색) 상승세가 꺾이긴 했지만,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 

브렌트 원유 및 유럽 천연가스 가격 추이 (JPM)

이는 유럽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직결, 에너지 가격이 유럽 소비자 물가지수 (CPI) 상승의 큰 비중 (45%)을 차지하고 있다.

유럽 에너지 가격이 유럽 소비자 물가 상승에 큰 부담 (JPM)

2015년 대비 현재 유럽의 유가, 전기료, 가스 가격은 약 50%에서  60% 가까이 상승한 수준.

유럽의 현 에너지 가격은 2015년 대비 50% 이상 오른 수준 (JPM)

아래는 이러한 에너지 가격 추세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유럽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을 예측한 JPMorgan 자료. 천연가스 및 전기 가격 상승으로 인해 당분간 물가지수 상승률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인한 전기 발전 단가 상승이 원유 가격 상승보다 더 큰 압력으로 작용.

천연가스 및 전기 가격 상승이 유럽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 (JPM)

 

2. 독일이 당면한 어려움

그중 독일의 사례만 따로 들여다보면, 산업 생산 및 가계 천연가스 수요가 전체의 67% 정도임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유럽에서 가장 제조업이 발달한 독일 산업 생산에 천연가스가 얼마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다. (전체 가스 소비의36%)

독일 천연가스 사용 수요 (JPM)

또한 아래 그래프에서 난방 수요가 적고, 휴가철이라 공장 가동률도 떨어질 여름에 천연가스 수요가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이 기간, 러시아산 가스 초과 공급량을 비축해 겨울에 사용하는 것이 그간의 관례였다. 현재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그러한 비축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올 겨울에 대한 걱정이 늘어나고 있다.

독일 가스 사용량 계절적 변화 (JPM)

천연가스 공급 감소로 인해 당연히 독일 내 천연가스 가격은 엄청나게 올랐고 (지난 10년 동안 평균 약 25 유로 수준에서 현재 150 유로까지 상승), 당연지사로 소비자 물가에 큰 압력으로 작용하는 중.

치솟은 독일 천연가스 가격 (JPM)

이로 인해 독일 및 여러 유럽 국가들에서는 현재 가스 배급제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번 주부터 이미 독일 일부 지역에서는 온수 공급 제한, 가로등 끄기 등등 전기 사용 제한 조치가 시작되었고, 아마 7월 말 전에 추가적인 가스 배급제 및 전기 사용 규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https://www.ft.com/content/d0c5815f-f0a2-49ad-8772-f4b0fbbd2c94

 

Germany dims the lights to cope with Russia gas supply crunch

Fears of winter energy crisis bring calls for shorter hot showers and cooler swimming pools

www.ft.com

아래 그래프와 같이 독일 중앙은행 (Bundesbank)에서는 이와 같은 가스 배급제가 단기적으로 큰 마이너스 성장으로 이어질 것을 이미 예측하고 있다. 당장 내년 1분기에 -9%에 가까운 충격을 받는 것은 물론, 1년 이상 마이너스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암울한 예상.

가스 배급제가 독일 경제를 마이너스 성장으로 이어지리라는 예상 (Bundesbank)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독일 또한 이러한 에너지 비용 상승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독일 무역 수지 적자로 나타났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지난 5월 월간 독일 무역수지가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월간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독일 (BBG)

그렇다면 독일은 왜 이렇게 취약한 대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가지게 된 걸까?

 

우선 싸게 파이프로 들여올 수 있는 러시아 가스가 있으니 수입 다변화를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배로 실어 오는 LNG보다 훨씬 싸게 러시아산 가스의 혜택을 오랜 기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메르켈 총리는 동독 출신으로 러시아어에 유창했고, 푸틴 대통령 또한 동독에서 KGB 근무를 오래 해서 독일어에 능통한지라, 두 나라의 관계는 매우 돈독한 편이었다. 그러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상황. 지금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급하게 LNG 터미널 건설에 나섰지만, 당장 올 겨울 전에 급한 불을 끄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커 보인다. 

 

 

3. 에너지 위기로 인한 무역 수지 악화 = 유로화 약세

아래 그래프를 보면 소위 금융 시장에서 G10이라고 통칭하는 나라들의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무역 수지 변화 및 환율 변화는 누가 에너지 수출국이고 (호주, 노르웨이, 캐나다, 미국) 누가 에너지 수입국인지 명쾌하게 보여준다. (일본, 유로존, 뉴질랜드, 스위스, 스웨덴, 영국)

최근 에너지 공급 충격으로 인한 무역수지 변화 (BNP, Citi)

아래 그래프는 그중 브렌트 원유 가격 변동에 따른 무역 수지 민감도를 보여준다. 빨간색은 적자 (원유 수입국), 초록색은 흑자. (원유 수출국)

브렌트 원유 가격 변동에 따른 무역 수지 민감도 (BNP, Citi)

아래 그래프는 천연가스 가격에 변동에 따른 무역 수지 민감도를 보여준다. 빨간색은 적자 (천연가스 수입국), 초록색은 흑자. (천연가스 수출국)

천연가스 가격 변동에 따른 무역 수지 민감도 (BNP, Citi)

아래는 천연가스 가격 상승 및 주가 하락 국면에서 각국의 달러 대비 환율 가치 변동을 요약한 수치. 유로화 약세가 두드러진다. 또한 거의 모든 국가들의 환율이 약세를 보인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달러화 강세는 이와 같은 에너지 가격 충격 및 이로 인한 주가 약세로 상당 부분 설명이 가능하다.

천연가스 가격 변동에 따른 G10 달러 대비 환율 변화 (BNP)

즉, 지금의 유로 약세는 에너지 위기에서 기인한 측면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4. EUR 환율 및 유럽 주가지수 전망

따라서 현재의 유로 약세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첫째, 달러의 상대적 강세. 즉, 가장 경제 기초 체력이 좋고 또한 세계적인 주가 하락 및 경기 침체 전환기에서 안전 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현실. 둘째, 상대적으로 가장 금리 인상에 뒤처져 있는 유럽 (그리고 일본) 중앙은행 정책으로 인한 저금리가 유로화 약세를 초래. (엔화도 마찬가지). 셋째, 러시아발 에너지 공급 충격으로 직격탄을 맞은 유로존 경제 위기 및 무역 수지 적자 확대가 유로화에 대한 약세로 이어짐. 

 

따라서 위의 세 가지 상황이 이어지는 한, 유로화 약세 추세는 당분간 지속되리라고 생각한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이미 현재 유로화 수준은 (EURUSD) 지난 2010년대 중반 유로존 위기보다 낮고, 이미 달러와 parity로 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에너지 위기가 더욱 고조된다면 아마도 0.95 또는 그 이하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유로 (대 달러) 환율 EURUSD FX

그렇다면 이러한 추세를 되돌릴 변수는 뭐가 있을까?

 

첫째는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약한 환율은 수입 물가, 특히 에너지 수입을 통한 물가 압력을 더욱 가중시키므로, ECB가 보다 강한 금리인상 또는 환율 약세에 대한 시장 개입으로 유로 약세 흐름을 되돌리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빠른 휴전 또는 해결로 인해 에너지 공급 충격이 사라지는 것. 이는 ECB 정책보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예측이 불가능한 변수이기에 유로 약세 흐름을 단번에 확 되돌릴 수 있는 큰 변수이기도 하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계속 유로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1 이하로 parity가 깨진다면 ECB의 통화정책으로 인해 어느 정도 지지선을 유지하리라 판단. 특히 parity가 깨지면서 급락세를 보일 경우에는 ECB가 금리 인상 및 구두 개입으로 환율 안정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만약 러시아가 올 하반기에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을 추가로 줄이면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될 경우, 0.95 이하로 환율이 훅 밀리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STOXX 600 지수로 유럽 주가지수를 예상해본다면 이미 유럽 에너지 위기의 위험이 현재 가격에 상당히 선반영되어 있는 상황은 맞다고 판단한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유로화 약세 및 유럽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으로 인해 이미 외국 투자자들은 이미 많이 빠져나간 상황이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 현재 우리 코스피 지수 외국인 수급 상황과 유사.)

 

대다수 투자은행들도 이미 유럽 지수에 대해서는 부정적이거나 기껏해야 중립 의견이 많고, 만약 에너지 위기가 올 경우 적어도 350 수준까지 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대다수이다. 따라서 에너지 위기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은 현시점에서 지금 당장은 유럽 주가지수를 살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럽 STOXX 600 주가지수

따라서 장기적 관점에서는 (6개월 이상) 350까지 밀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망하고 있다. 하지만 갑자기 에너지 위기 및 에너지 공급 충격이 해소되는 경우, 가장 크게 반등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 유럽주가지수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갑작스러운 위기 해소가 나타날 경우에는 흐름을 따라 사후적으로 추가 매수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 관점에서는 (1개월 미만) 팽배한 부정적인 시각과 상당히 쌓여 있는 공매도 포지션으로 인한 반발 주가 상승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ECB가 유로존 파편화 방지를 위한 믿을만한 정책 (anti fragmentation backstop)을 7월 또는 여름에 내놓을 경우, 유럽지수가 bear market rally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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