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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3일에 있었던 ECB GC (Governing Council) 통화정책 회의에서 유럽 중앙은행 (ECB)은 향후 통화정책의 유연성과 선택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는 기존에 취한 forward guidance를 통한 완화 기조의 통화 정책 입장으로부터의 작지만 유의미한 방향 전환이었고, 시장은 이에 따라 단기 금리 상승으로 크게 반응했다. 대부분의 투자은행들도 금리의 상향 가능성을 점치면서 독일 5년 및 10년 국채 금리도 마이너스에서 벗어났다. 또한 EUR 강세를 추천하는 것도 유행이었다.

 

그리고 2월 26일, 예상치 못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터졌다.

2022.03.04 - [유럽] - 2022.02.26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푸틴이 주장하는 러시아 역사적 배경 및 강경해진 서방의 태도 변화

 

2022.02.26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푸틴이 주장하는 러시아 역사적 배경 및 강경해진 서방

(이 글은 2월 26일에 다른 곳에 쓴 글입니다. 블로그 이사하면서 옮깁니다.) 이번 주 목요일, 설마 하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이 일어나고 말았다. ​ 2차대전을 이후로 유럽의 항구적 평

londonin.tistory.com

 

그 후 ECB 정책결정자들의 발언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을 강조하며 조금은 2월 초의 긴축 기조 (또는 통화 정책의 지나친 완화 상태로부터의 정상화)의 속도 조절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공급 충격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을 직접 발언 (Rehn) 하기도 했다.

HE최근 ECB 통화정책 관련 발언들 (GS)

문제는 단기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심해졌다는 점이다. 유가 및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은 당장의 headline inflation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한데, 더 큰 문제는 미래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 소위 inflation expectation을 통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 현 상황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약세로 돌아선 EUR가 결국 수입 물가 상승 압력까지 초래하는 상황.

 

이러한 상황에서 ECB는 경제의 성장 둔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결국은 본연의 유일한 목표인 물가 안정을 위해 결국 정책 금리를 통한 물가 수준 조정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마 내일 당장은 유연성과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지나치게 긴축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으려 하리라. 하지만 forward guidance가 없는 상황에서 flexibility와 optionality는 아무래도 금리 인하보다는 인상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ECB의 통화 정책은 지난 20여년 간 늘 유가에 큰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고유가 상황과 (게다가 밀과 같은 식품 가격도 상승) 공급 충격을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처지. ECB가 아무리 FED보다는 느리지만 결국은 올 하반기에 정책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유가 상승 vs. ECB 통화 정책 상관 관계 (DB)

게다가 만약 우크라이나 전쟁이 좀 더 장기화될 경우, ECB는 유럽 경기 침체라는 최악의 국면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유럽 기업들과 소비자들에게는 고난의 시간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QE를 통해 재정 정책 확대를 지원하려고 할 수는 있겠지만 고물가 상황에서 쉬운 결정은 아닐 것이므로...

 

오늘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긴장 완화 및 휴전 협정 타결의 기대감으로 유럽 증시들이 강한 반등을 했다. 유럽 및 독일 증시는 7%에서 8%의 강한 반등세. 하지만 이런 거시 경제 상황과 통화 정책 방향에 비추어 볼 때 이런 주식 시장 반등은 bear market rally일 가능성이 크다. 갑자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완전한 화해의 악수를 하지 않는 한...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단기 화해 국면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유럽 역시 국채 금리는 상승, 주가는 다시 좀 더 조정이 이어지리라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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