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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월 26일에 다른 곳에 쓴 글입니다. 블로그 이사하면서 옮깁니다.)


이번 주 목요일, 설마 하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이 일어나고 말았다.

2차대전을 이후로 유럽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이어져 온 노력들은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영국의 EU 탈퇴는 경제 정치적 동기에 의한 영국과 유럽 연합 사이의 합의 이혼이었다. 하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 연합이 생기게 된 근본적인 이유, 즉 다시는 유럽에는 전쟁이 발발하는 것을 막자는 역사적 합의와 반세기 이상 이어진 노력에 큰 물음표를 던지는 사건이다.

유럽 연합의 역사 (외교부 홈페이지)

 

이전 글에서 간단히 러시아, 보다 정확하게 푸틴 정권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간단히 적었다. (아래 링크 참조)

https://londonin.tistory.com/14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편. 러시아의 지정학적 위치 및 역사적 관점

(이 글은 2월 13일에 다른 곳에 쓴 글입니다. 블로그 이사하면서 옮깁니다.) 유럽에서 다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가을부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국경에 병력 배치를 꾸준히 늘

londonin.tistory.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가장 큰 동기는 그가 구 소련(USSR) 해체 이후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아 자신의 위대한 업적을 러시아 역사에 남기고 싶어 한다는 것 같다.

이는 이번 주 월요일인 2022년 2월 21일 자 그의 연설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아래 주요 부분 참고)

 

Ukraine is not just a neighboring country for us. It is an inalienable part of our own history, culture and spiritual space. Since time immemorial, the people living in the south-west of what has historically been Russian land have called themselves Russians.

우크라이나는 우리에게 단지 이웃 나라가 아니다. 그곳은 우리 자신의 역사, 문화, 영적 공간의 불가분의 부분이다. 태곳적부터 역사적으로 러시아 땅이었던 그 서남쪽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러시아인이라고 불렀다.

The disintegration of our united country was brought about by the historic, strategic mistakes on the part of Bolshevik and Soviet leaders.

우리의 통일국가였던 소련의 붕괴는 볼셰비키와 소련 지도자들의 역사적, 전략적 실수[…]에 의해 야기되었다.


 

https://youtu.be/lJl6u13LqeQ

우크라이나 침공 발표하는 푸틴 연설

즉 푸틴은 과거 소련의 붕괴와 그 후 벌어진 일들을 자신이 되돌려 바로잡아 놓고,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아 스스로를 러시아의 영웅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은 듯하다.

그러면 잠시 소련의 역사를 몇 가지 지도를 통해 알아보자.

 

1부: 지도로 보는 러시아 근대 영토 변화

1. 소비에트 제국 (소련) 초기

구소련은 몰락한 러시아 제국의 여파로 1922년에 수립되었다. 볼셰비키 붉은 군대 (적군, 빨간색)와 반 볼셰비키 세력 (백군, 흰색) 사이의 내전은 전자가 승리하면서 끝났다. 이로 인해 작은 공화국들이 통일되어 소련이라는 연합국을 낳았다.

https://ko.wikipedia.org/wiki/%EB%9F%AC%EC%8B%9C%EC%95%84_%EB%82%B4%EC%A0%84

 

러시아 내전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러시아 내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ko.wikipedia.org

그 후 독재자 스탈린 통치 기간 동안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엄청난 기근과 같은 혼란을 겪은 후, 1930년대 후반 소련은 다음과 같은 영토를 차지한다. 서쪽으로는 유럽 대륙의 동쪽 끝에서부터 동쪽으로는 한반도 위 연해주까지를 아우르는 거대한 영토 (상당 부분 시베리아처럼 얼어붙은 땅이거나 툰드라 같은 황무지이지만)를 차지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국가가 된다. (전 지구 육지의 10%, 미국이나 중국의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진정한 유라시아 국가의 영토를 자랑하게 된 것. 1939년 소련 지도 링크

1939년 소련 영토

 

이 초기 영토 지도는 러시아 연방의 국토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크라이나 및 크림반도 또한 소련의 일부였다. 1944년 지도 링크

1944년 소련 영토

그러나 그 후 1950년대 말까지 소련은 전성기를 누렸다.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렸고 대륙간 탄도 미사일 개발을 통해 미국을 위협하는 세계 2대 강대국이었다. 또한 경제 성장률은 다른 유럽의 냉전 경쟁국들을 훨씬 앞섰다.

아래는 1962년 베를린 장벽 건설 직전 소련의 모습이다.

1961년 소련 및 동유럽 지도 - 현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는 소련의 일부분

위의 지도에서 지금 전쟁의 위기에 휩싸인 우크라이나 및 동유럽을 좀 더 확대해 보자.

아래 지도에 오렌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소련이 2차대전에 승리한 후 차지하게 된 영토이다. 우크라이나는 말할 것도 없고, 지금 유럽 연합이자 나토의 일원들인 발트 3국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또한 구 소련의 영토였다. 1961년 소련 냉전 시대 동유럽 철의 장막 지도 링크 (Iron curtain)

1961년 냉전 시대 동유럽 철의 장막

 

심지어 지도에 분홍색으로 표시된 폴란드, 동독 (독일은 분단국가였다!), 헝가리, 체코, 루마니아, 유고슬라비아 등 현 나토 및 유럽 연합 국가들인 동유럽 대부분 나라들이 냉전 시대 소련의 철의 장막 안에서 모스크바의 정치적 지배하에 있었다.

3. 소련의 몰락

그 후 전체 주의 / 계획 주의 경제 정책의 한계에 부딪친 소련은 오랜 침체기를 겪는다. 당시 소련의 지도자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페레스트로이카로 소련의 정치 경제체제 개혁을 시도했다.

https://ko.wikipedia.org/wiki/%ED%8E%98%EB%A0%88%EC%8A%A4%ED%8A%B8%EB%A1%9C%EC%9D%B4%EC%B9%B4

 

페레스트로이카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페레스트로이카를 기념한 소련의 우표 페레스트로이카(러시아어: перестро́йка perestroika[*] 듣기 (도움말·정보))는 '재건', '개혁'의 뜻을 가진 러시아어로,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1985년 3월

ko.wikipedia.org

페레스트로이카는 러시아어로 '재건' 또는 '재건축'을 의미한다. 이는 민주화로 이어지고 결국 소련 공산당은 통제력을 잃고 소련 붕괴 및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 시대의 종식으로 마무리된다. 이 과정에서 소련은 동유럽 통제력을 상실했고 유명한 베를린 장벽 붕괴와 독일의 통일로 이어졌다.

https://ko.wikipedia.org/wiki/%EB%B2%A0%EB%A5%BC%EB%A6%B0_%EC%9E%A5%EB%B2%BD

아래 지도는 1991년 구소련이 공식 해체되기 2년 전인 1989년의 소련 영토이다. 분홍색이 소련의 영토를 나타내고, 남쪽의 카자흐스탄을 비롯 서쪽의 우크라이나 (노란색)까지 독립운동 및 소요 사태가 일어나면서 모스크바는 통제력을 상실하기 시작한다. 1989년 소련 지도 링크

1989년 소련 영토

 

1989년부터 이어진 소련의 쇠퇴는 그 후 2년 동안 아래와 같은 많은 동유럽 국가들의 소련으로부터 독립으로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또한 1991년 독립 국가가 되었다. 그리고 1991년 말, 마지막으로 소련도 러시아 연합으로 다시 탄생했다.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국가들

아마도 푸틴은 이 모든 영토들을 되찾을 생각은 아닐 것이다. 위의 2번 지도에 나온 오렌지색 지역 (발트 3국 등) 및 분홍색 지역 (폴란드,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동유럽 국가들)은 이미 대부분 나토의 회원국이자 유럽 연합의 일원이다. 따라서 이들 국가와의 전쟁은 나토 조약 5항에 의한 상호 방위권을 발동, 결국 미국과의 전쟁을 의미한다.

하지만 위의 모든 지도들에서 우크라이나는 늘 소련 및 러시아 제국의 일부였다. 러시아 역사의 근원은 9세기 지금의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예프에서 발원했다고 하니, 푸틴은 아마 여러 이유를 들어 곱게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2부: 2/25 금요일을 기점으로 강경해진 서방의 태도 변화

1. 유럽 각국의 강경해진 태도

전 글에서 유럽 각국이 한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현실을 아래와 같이 적었다.

https://londonin.tistory.com/15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편. 러시아의 탄소에너지가 필요한 유럽

(이 글은 2월 16일에 다른 곳에 쓴 글입니다. 블로그 이사하면서 옮깁니다.) 지난번에는 간단하게 러시아, 그리고 푸틴의 입장에서 우크라이나 위기를 정리해봤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나토 (NATO)

londonin.tistory.com

그런데 유럽 각국이 금요일 저녁을 기점으로 러시아를 향한 보다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아마도 유럽 각국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여론이 점점 강하게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런 시민들의 의지가 각국 정부들에게 보다 강경한 태도를 취하라는 압박으로 작용한 부분이 있는 듯하다.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면전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에 대한 연민이 유럽 내에게 강하게 일어나는 느낌이다.

그리고 런던 및 유럽 기준으로 토요일인 오늘, 몇 가지 중대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첫째로 유럽 주요국들이 군수 물자, 특히 무기를 직접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나토를 중심으로 한 무기 지원은 서방에서 러시아와의 확전을 우려해 매우 조심스럽게 생각한 부분이고, 이는 일면 현실적으로 이해가 가는 결정이었다. 3차 세계대전의 위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 특히 1차 세계 대전이 얼마나 사소한 사건으로부터 나비 효과로 이어졌는지 너무나 잘 아는 유럽 지도자들이기에...

https://www.politico.com/news/2022/02/25/nato-ukraine-russia-zelenskyy-00012068

 

NATO rushing to resupply Ukraine by land; no-fly zone all but ruled out

The new overland option is something that “we’re prepared to do for weeks, for months, whatever it takes,” one diplomat from a NATO country told POLITICO.

www.politico.com

그러나 어쩌면 이번 전쟁의 전환점이 될 중요한 다음 두 가지 사건이 유럽 시간으로 토요일 밤인 오늘 일어나고 있다.

1. 러시아 금융기관 SWIFT 퇴출

https://www.bbc.co.uk/news/world-60542433

 

West to cut some Russian banks off from Swift

The EU, US and allies will block a number of Russian banks from the main global payment system, Swift.

www.bbc.com

 

 

SWIFT 퇴출은 서방이 러시아를 상대로 가할 수 있는 경제 제재 중 가장 강력한 수단의 하나이다. 한 마디로 '고객님, 카드 한도가 초과되어 결제가 불가능합니다.' 또는 ' 고객님, 통장에 압류가 걸려서 출금이 불가능합니다.' 같은 메시지를 러시아에 날린 것.

스를 팔고 돈을 받을 통장을 막아버린 것. 유럽이 이를 주저한 이유는 이로 인한 유럽 국가와 러시아 사이의 무역 대금 결제가 어려워져서 유럽 국가 또한 경제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아래처럼 독일, 프랑스, 이태리 등 대부분 국가들이 SWIFT 제재에는 난색을 보인 게 어제까지의 상황이었다.

https://www.politico.eu/article/pressure-on-germany-to-drop-opposition-to-russia-swift-ban-ukraine-war/

 

Pressure mounts on Germany to drop rejection of SWIFT ban for Russia

Large number of EU countries said Saturday they support cutting Moscow off from payments system, leaving Berlin isolated.

www.politico.eu

 

그런데 이런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러시아를 제재하기로 결정한 것. 그만큼 유럽 국가들이 이 상황을 매우 위중하게 바라보고 있고, 러시아를 상대로 더 강한 정책을 펼치라는 시민 사회의 정치적 압박도 상당하다는 반증.

이럴 경우 러시아는 중국의 위안화를 통한 간접 거래를 시도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편하게 에너지 및 기타 자원을 서방으로 수출하고 달러나 유로로 입금 받는 길은 이제 막혀버렸다.

게다가 유럽 연합은 방금 (유럽은 자정이 방금 지난, 런던 밤 11시) 러시아 중앙은행의 해외 자산을 동결해버리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보유한 해외 외화 및 금융 자산들은 더 이상 서방 세계를 통해서는 거래가 불가능해졌다.

유럽연합의 러시아 중앙은행 해외자산 동결 발표

유럽은 선전포고만 하지 않았을 뿐, 러시아에 대한 엄청난 전방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2. 독일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어쩌면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고 중요한 부분은 바로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기로 대 방향 전환을 한 점.

https://www.politico.eu/article/ukraine-war-russia-germany-still-blocking-arms-supplies/

 

Germany to send Ukraine weapons in historic shift on military aid

Until Saturday, Germany had a longstanding practice of blocking lethal weapons from being sent to conflict zones.

www.politico.eu

위의 기사처럼 이는 역사적인 정책 전환이다. 특히 2차 세계 대전 이후로 전쟁과 관련된 모든 것에 극도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던 독일, 그것도 우파가 아닌 현재 좌파 및 그린 연합 정권에서 이러한 정책을 결정했다는 것은 앞으로 독일의 외교 및 국방 정책의 큰 변화의 첫걸음이 될 가능성이 있다.

푸틴 대통령이 외세의 우크라이나 개입은 러시아의 강한 응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음에도 이렇게 유럽 각국이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천명했다는 것은 중대한 의미가 있다.

또한 어느 한 쪽의 우발적인 실수나 도발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측면에서 매우 걱정스럽다.

이렇게 우크라이나 외부 상황은 푸틴 대통령에게 점점 불리하게 변하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가 생각보다 더딘 상황이다. 반대로 우크라이나 군의 저항도 현재까지는 러시아군의 예상보다 상당히 강하다는 반증.

러시아군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 (2/25 18시)

시간을 끌수록 불리하다고 판단한 푸틴과 러시아가 더 거센 공격을 통한 전세 전환 및 속전속결 작전을 펼칠 경우 민간 피해는 더욱 커지고 러시아와 서방 간의 긴장은 더욱 고조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코너에 몰린 푸틴의 다음 선택이 매우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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