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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월 5일에 다른 곳에 쓴 글입니다. 블로그 이사하면서 옮깁니다.)


지난 목요일은 대략 1시간 간격으로 영국 중앙은행 (Bank of England, 이하 BOE) 및 유럽 중앙은행 (European Central Bank, 이하 ECB)의 통화정책 발표가 있었다. 정신없었던 더블헤더의 날.

우선 먼저 런던 시간으로 12:00에 발표한 영국 BOE 통화정책 내용은 시장의 예상대로 정책 금리를 25 bps 인상하고 QE를 줄이는 긴축 기조를 나타냈다.

BOE 통화정책 발표 요약 (Bank of England)

 

하지만 시장의 예상을 깨고 통화정책 위원 만장일치 25 bps 인상 결정이 아닌, 9명 중에 4명이나 두 배의 50 bps 인상을 지지했다.

Saunders와 Ramsden 위원들은 이미 매파적인 입장을 밝힌지라 그렇다 쳐도 상대적으로 비둘기파라고 여겨지던 Mann과 Haskel 위원 둘이 50bps를 지지했다는 발표에 이자율 시장은 크게 반응했다.

함께 발표한 통화정책 보고서 (Monetary policy report, 이하 MPR)에서는 물가 상승에 대한 BOE의 전망치 상향을 엿볼 수 있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Bailey 총재는 금리 인상을 선제적으로 하겠지만 과거와 같은 고금리 시대로의 회귀는 아니며 완만하고 점진적인 25bp 인상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시장은 미 연준의 50 bps 인상 가능성까지 생각하면서 단기 금리 선물 및 2년 물 영국 국채 중심으로 크게 반응했다.

BOE MPR Feb 2022 물가 전망: 2022년 4월 7%대까지 상승을 반영

기자회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MPC 내에서 현재와 같이 경제 지표를 보고 사후에 대응하는 통화정책의 유지가 적합한 지, 아니면 미리 선제적으로 예측해서 통화정책을 조정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토론이 진행 중이라고 밝힌 부분이었다.

따라서 시장은 50 bps 인상을 주장한 네 명의 견해가 추후에는 과반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잠시 숨을 돌린 후 이어진 유럽 ECB 통화 정책 발표.

우선 런던 기준 12:45 발표 내용은 기존 예상 그대로였지만 13:30부터 이어진 Lagarde 종재의 기자회견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대부분이 기존의 확장적인 통화 정책 기조 유지 및 지난 12월에 밝힌 temporary inflationary pressure라는 동일한 입장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 Lagarde 의장의 입장은 그녀가 말한 이 한 마디로 요약 가능했다.

"The situation has indeed changed."

 

지난 12월과 달리 그녀는 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무시할 수 없고, 상황이 바뀌었으며, 2022년 내의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녀의 기자회견이 이어지는 동안 유럽 단기 금리 시장은 크게 반응하기 시작했고 몇 년간 마이너스 금리를 오가던 독일 5년 채권 금리는 지난주 드디어 플러스 수준으로 상승했다.

Feb 2022 ECB 통화 정책 발표 후 각 금융기관들의 전망치 수정 (by 런투노)

 

위의 내가 요약한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올해 금리 인상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봤다.

유일하게 Deutsche bank만 올 12월이나 되어야 가능하다는 예상이었다.

심지어 ECB 통화 정책 발표 후에도 상당수 은행들은 과연 ECB가 얼마나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지 조금은 회의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ECB 발표 이후 시장은 이미 올해에 거의 두 차례 가까이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을 반영하고 있다.

나도 솔직히 이번에는 ECB가 큰 정책 기조 변화 없이 점진적으로 3월 경제 지표 예상 수치 발표와 함께 긴축 방향을 드러낼 거라고 생각했다. 내 의견에 대한 지나치게 강한 신념을 가진 것이 남보다 앞서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는 오판으로 이어졌다. 그로 인해 숏 포지션을 잡을 수 있었던 (그리고 3월 전에 잡으려고 기다리던) 기회를 날려버렸다.

당연하지만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낀 교훈들

1. 통화 정책 기조가 바뀔 때의 시장 반응은 언제나 갑자기, 격하게 온다.

2. 이미 누구나 예상하는 정책 발표, 선 반영된 시장 가격에는 기회가 없다.

3. 이코노미스트들 보고서를 너무 믿지 말자. 그리고 다수의 견해를 늘 의심하자.

4. 기회는 예상치 못한 결과의 가능성을 남보다 얼마나 먼저 잡느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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