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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이번 주에 나온 3월달 통계에서 다시 한 번 물가압력을 확인할 수 있었고 10%에 진입한 나라들도 몇몇 보인다. 미국 노동시장 고용 통계 (NFP)에서는 다시 한 번 완전고용에 다다른 튼튼한 노동시장을 확인했지만, 미국 제조업 ISM은 약한 모습.

 

1. 주요 경제지표 + 채권 시장 (Bond & Rates)

3월 유럽 인플레이션은 예상을 뛰어넘는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물론 에너지 가격 상승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는 하지만 수치 자체만으로도 그냥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스페인의 경우 거의 10%에 육박하는 상황. 에너지 가격 안정을 기도하는 것 말고는 딱히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인데, 그렇다고 유럽 중앙은행이 계속 방관하는 자세를 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유럽 4개국 3월 인플레이션 상승 추세 (HSBC)

3월 미국 고용 지표는 전반적으로 양호하다. 실업률도 3.6%로 거의 완전 고용에 가깝고, 노동시장 참여율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완전고용 달성 + 고 물가 = 강한 긴축적인 통화정책! 올해 내내 연준은 계속 금리를 올리는데 별 문제가 없는 경제 지표들이다.

코로나 충격으로부터 회복한 미국 노동시장 (Citi)

3월 ISM 제조업 지수는 상당히 약하게 나왔다. 특히 신규 주문이나 생산이 확 줄어드는 안 좋은 수치에 더불어 가격은 상승하는 모습이다. 

3월 ISM 제조업 - 신규 주문 및 생산 감소 (Citi)

소비자들의 미래 전망이 어둡게 나타나면 늘 2년 대비 10년 미국 국채 금리는 역전 현상을 보인다. 이보다 더 강한 불황 (recession)의 신호는 없다. 단기 금리는 보다 빠른 정책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고, 물가상승으로 소비자들의 경제 전망은 나빠진 상황에서, 시장은 당연히 3년 후에는 연준이 금리 인하로 돌아서리라 예측하고 있다. 계속 정책 금리를 올릴 수는 없을 거라는 이러한 전망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은 어쩌면 너무 당연하지 않나 싶다.

소비자 전망 악화와 미국 2년 대비 10년 금리 역전 (Citi)

 

 

2. 중앙은행 정책 + 채권 시장 (Bond & Rates)

1월부터 쉴 틈 없이 상승하는 금리, 특히 2년 만기 채권 금리는 여전히 기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일본은행 채권시장 개입과 월말 조정 구매로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상승세는 이어지는 모습이다.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 일봉 차트 (BBG)

지난 주는 모든 사람들이 금리 역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불황 (Recession)의 전조 신호이다, 섣부른 결론은 이르다 등 많은 논의가 오간 주제.

 

내 생각은 이렇다. 좁은 경제학적인 의미의 불황은 아직 1-2년 시간이 남았겠지만, 이미 미국 일반 소비자들에게 불황은 현재진행형이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2021년부터 이미 높은 물가 상승과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소득의 상승은 꾸준한 실질 소득의 감소로 계속 진행 중이다. 그동안은 미국 정부가 엄청난 재정 지출로 이를 막았을 뿐이다.

미국 실질 소득 성장률 - 2021년 상반기부터 계속 마이너스 성장 (BBG)

따라서 2분기 연속 성장률 감소라는 불황의 사전적 정의를 충족시키는 때를 맟추려는 시도는 크게 의미가 없다. 어차피 공식 수치로 집계되는 불황은 늘 사후적 확인 사살의 의미 이상은 없고, 이미 여러 가지 신호는 불황이 이미 진행중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지난 70년간 미국에서 불황이 있기 전에는 늘 2년 대비 10년 미국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시차는 역전 현상이 일어난 지 평균 18개월 후에 불황으로 이어졌다.

지난 70년간 미국 2년 대비 10년 국채 금리 추이(파란색)와 미국 경제 불황 시기(회색) (DB)

그 70년 기간 동안 지금처럼 미 연준 실질 정책 금리가 이렇게나 깊은 마이너스 수준인 적이 없었다. 한 마디로 이런 높은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너무 오랜 기간 지나치게 낮은 금리를 유지한 것이다. 늦었으니 그만큼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70년간 미 연준 실질 정책 금리 (DB)

 

이렇게 금리 인상 시기가 너무 늦어지다 보니, 보통 첫 금리 인상 후 2년 후에나 나타나던 금리 역전이 이번에는 첫 정책 금리 인상과 거의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걱정스러운 부분은 만약 경기 침체가 생각보다 빨리 올 하반기나 내년 초에 시작될 경우, 하지만 여전히 물가상승률이 상당히 높게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연준은 울며 겨자 먹는 긴축 정책을 이어가야 하는 난처한 상황을 만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소위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의 통화 긴축정책의 위험이 있다.

지난 70년간 이렇게 빨리 미국 2년 대비 10년 국채 금리가 역전된 적은 없었다. (DB)

 

 

3. 주식(Equities) 및 기타 금융 시장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관건은 기업 실적 발표와 인플레이션 수치 발표일 것이다. 전쟁 불확실성 감소와 포지셔닝으로 인한 주식 상승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아래 분석이 재미났는데, 과거 사례를 보면 장단기 금리 역전이 일어난다고 해서 무조건 주식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80년대 이후에는 불황으로 이어지는 국면에서도 미국 주식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흥미로운 사실은 80년대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 즉 주식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는 거다.

 

그렇다면 80년 전후로 달라진 것은? 두 가지가 떠오른다. 1. 세계화 및 냉전의 종말, 2. 인플레이션! 그렇다면 지금의 거시적 흐름은 오히려 80년 이전, 즉 70년대와 더 비슷한 게 아닐까?

미국 2년 대비 10년 국채 금리 역전과 미국 주가지수 추이 (DB)

골드만도 비슷한 분석을 보여주는데 역시 인플레이션은 주식시장에는 악재.

미국 2년 대비 10년 국채 금리 역전과 미국 주가지수 추이 (GS)

 

 

4. 이번 주 교훈 및 다음 주 전망

3월 한달 동안 눈 감고 금리 상승 흐름을 따라간 덕에 이번 달에만 연간 목표액의 절반에 가까운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행운이 계속 이어질 확률이 낮다고 보면, 쉽지 않은 시기가 기다리고 있다.

 

제일 큰 교훈은 역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자.'와 '지나치게 강한 견해를 가질 필요 없이 시장 흐름을 따라가자.' 이 두 가지. 

 

미 연준 의사록 및 유럽 은행 의사록에서 모두 보다 더 긴축적인 자세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미 연준이 얼마나 빠르게 QT 진행할 지에 대한 힌트가 궁금하다.

 

채권 시장은 여전히 쇼트 중심의 전략, curve flattening & yield rising trend.

 

주식 시장은 실적 발표를 관망하지만 여전히 부정적이다.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는 여전히 보다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틀릴 가능성에 대비하는 유연한 자세를 갖자. 

 

포지션 Stop-out도 중요하지만 stop-in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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