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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IMF가 새로운 수정치와 함께 세계경제전망 (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내용을 결론부터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경제 성장 전망을 어두워졌고, 공급 충격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인플레이션 위험은 높아졌다. 한 마디로 줄이자면 스테그플레이션 (Stagflation) 위험 증가!

 

World Economic Outlook, April 2022: War Sets Back The Global Recovery (imf.org)


잠시 스태그플레이션 기본 개념을 짚고 넘어가자. 

 

스태그플레이션은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거시경제학에서 고(高) 물가상승과 실직, 경기 후퇴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다시 말해 경기가 침체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물가가 상승하고 있는 상태를 일반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라고 한다. 정체를 의미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이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라는 용어는 침체와 인플레의 상징으로, 영국에서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인플레이션과 실업의 시기에 처음 만들어졌다.

미저리 인덱스 (굳이 번역하면 고통지수 혹은 불행지수?): 물가도 오르고 실업률도 늘어난 1970년대

 

1970년대 미국 경제가 겪은 뚜렷한 스태그플레이션 상황

전통적인 케인스(Keynes) 경제학에 의하면 경제활동이 정체하면 실업률이 높아지면 유효수요도 감퇴하게 되므로 물가는 하락하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설이었다. 다시 말해 경기가 좋아지고 실업률이 제로에 가까워지게 되면 임금이 높아지고 물가도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실업률(경기)과 물가상승률의 관계를 설명한 것이 ‘필립스곡선’이다. 그런데 1970년대에 들어와 이러한 전통적 경기 이론이 들어맞지 않는 이상 사태가 일어났다. 미국, 일본, 서구 선진 강대국들이 긴축정책을 채택하여 경기는 나빠지고 실업률도 높아졌지만 물가는 하락하기는커녕 상승을 계속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 같은 경향은 1973년 말의 석유파동 이후 더욱 뚜렷해져 1974년에는 OECD 가맹 주요 7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이 전년비 평균 ‘마이너스’를 보이는 한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배로 늘어났다.

 

주요 선진국이 스태그플레이션, 즉 불황과 물가고에 시달리게 된 원인은 다음의 몇 가지로 알려져 있다.

1. 첫째, 코스트 푸시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 임금을 중심으로 한 기업의 생산비 상승에 의한 인플레이션)의 등장이다. 임금이 상승하면 기업은 그 상승 폭만큼 상품 가격에 전가함으로써 물가가 상승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임금이 노동의 수급 여하에 따라 결정되던 시대에는 경기가 나빠져 실업률이 높아지면 임금도 떨어지므로 기업은 생산비를 인하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기가 좋을 때에는 물론 임금이 상승하고, 경기가 나빠져도 임금이 떨어지지 않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선진국 중에서도 영국이 그 전형적인 예로 되어 있다.

2. 둘째, 재정지출 중 사회보장관계비 등의 이전지출이 경기동향에 관계없이 늘어남으로써 수요초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진국에서는 복지정책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이전지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공공투자 등 투자적 지출은 수요를 증대시키는 한편 공급능력의 증가에도 작용하고 있지만 사회보장 관계비 등의 이전지출은 수요의 증가 효과밖에 기대하지 못한다. 즉 재정지출구조가 인플레이션 촉진형이라고 해석하는 견해인 것이다.

3. 이밖에도 대기업에 의한 가격지배, 산업계의 카르텔적인 체질이 현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원흉이라는 견해도 있다. 또한 에너지 가격이 수급에 의하여 결정되지 않고 산유국의 정치가 격화되어 있는 점,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을 촉진하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기도 하다. 


그럼 다시 IMF 보고서로 돌아가면 작년 10월 및 올해 1월에 비해 모든 경제 전망치가 '스태그플레이션' 방향으로 수정 변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 표를 보면 그나마 상황이 제일 좋은 미국 경제도 지난 10월에 비해 올해 경제 성장률이 -1.5% 하향 변경, 독일은 -2.5%, 영국도 -1.3%로 조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물가상승률도 선진국은 +3.4% 상향된 5.7%, 개도국도 +3.8% 증가한 8.7%으로 2022년 전망이 높아졌다.

IMF 2022년 4월 세계경제전망 (WEO) 예상 (IMF)

 

더 걱정스러운 부분은 개발도상국, 특히 아프리카 및 저소득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식료품 가격 상승 추세이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미국은 그나마 건전한 (?) 인플레이션이 노란색으로 나타나고, 유럽은 자급자족이 안 되는 에너지 (파란색)와 식량 (빨간색)의 공급 충격 인플레이션이 뚜렷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선진국들도 그나마 충격은 좀 덜하지만 유럽과 비슷한 상황이다. 문제는 살림이 넉넉지 못한 저소득층 국가에서 크게 식량 가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스리랑카 소요 사태와 같은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많은 사회 불안 및 정치적 불안정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아랍의 봄' 같은) 개도국으로부터의 해외 자본 유출 또한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 마디로 먹을 게 비싸지니 입에 풀칠도 못하겠다며 '못살겠다 갈아보자.'라는 민심 이반의 위험이 증가하는 모습이다.

각 경제권별 확연히 차이가 나는 물가상승 요인: 저소득 국가의 장바구니 물가 압력이 크다. (IMF)

이러한 거시 경제적 상황이 금융시장에 어떤 방향으로 작용할까?

감히 예상해보자면 다음 두 가지 흐름이 좀 더 이어질 위험이 높다.

 

1. 달러화 강세

대표적인 것이 최근 중국 위안화 약세인데, 이 흐름은 올해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첫째는 각국 중앙은행 정책금리 격차의 확대이다. 미국과 중국이 가장 대표적인데, 미 연준 (FED)은 물가를 잡기 위해, 그리고 과열된 경기를 조절하기 위해 계속 정책 금리를 인상할 것이다. 아래 표를 보면 미국의 경우 앞으로 1년간 270 bps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표에 나온 국가들 중에서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최대 수치이다. 

주요 국가 향후 1년간 정책 금리 변경 예상: 맨 위의 미국 (초록색 막대)은 270 bps 인상 반영 (BBG)

반대로 중국은 자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통화 완화 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두 국가간 금리 격차는 계속 벌어지면서 돈은 결국 달러화로 흐르는 상황이 이어질 거다. 미국과 중국의 금리 격차는 현 수준에서 230 bps나 미국이 더 높아지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달러의 상대적 가치는 계속 높아지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이자율이 더 높은 미국으로 돈이 몰리는 것.

 

이는 심지어 개발도상국 뿐만 아니라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최근 엔화 가치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중앙은행 (BOJ)은 아마도 엔화 환율 하락을 내심 반기고 있으려나? (DB)

 

2. 개발도상국 및 크레딧 시장 자본의 이탈

과거 사례를 보면 달러화의 강세는 늘 개발도상국 경제 위기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달러가 너무 비싸지면 달러로 돈을 빌린 저소득층 국가에서 돈을 제때 못 갚는 일이 벌어지는 건데, 이번에도 역시 역사는 비슷하게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그런 흐름이 진행 중이다. 이번 IMF 보고서에서도 상당 부분을 이러한 개도국 스프레드 확대 및 신용 부도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아래 표를 보면 늘 미국의 정책 금리 인상 (그리고 대개 함께 나타나는 달러화 강세)이 스프레드 확대로 이어진 것을 볼 수 있고, 최근 스프레드 (회색)은 이미 평균 추세보다 더 벌어지고 있다.

미 연준 (FED)의 금리 인상 및 개도국 및 저소득국가 스프레드 확대 (IMF)

특히 아래 자료에서 보듯 개도국의 상대적으로 높은 높은 부채 비율 및 자국 채권 비중은 늘 이런 통화 긴축 과정에서 신용위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개도국의 높은 부채 비율 (IMF)

가장 걱정스런 부분은 개도국들이 처한 아래 1번의 높은 이자 부담 및 3번 그래프의 높은 대외 부채. 우리가 겪은 1997년 IMF 금융위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개도국의 높은 이자 부담 및 대외 부채 비율 (IMF)

아래 자료는 개도국들이 처한 어려움을 역사적 사례에서 보여준다. 늘 국가 신용 위기와 금융 위기를 함께 겪는 개도국 경제들. 역시 1997년을 떠올리게 한다.

신용 위기와 금융 위기를 함께 겪는 개도국 경제 (IMF)

 

문제는 미 연준 (FED)의 금리 인상 및 긴축정책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라는 점이다

 

아직 제대로 된 pain threshold 또는 소위 'restrictive' 수준은 일 년 후에나 가능하려나? 심지어 중립 수준 (neutral) 정책 금리 수치인 2.5%까지도 아직 200 bps나 더 가야 한다. 50 bps씩 네 번 인상하면 올 3분기 즈음에는 다다를 수 있다.

 

따라서 개도국 신용 위기나 금융 위기는 현재 FED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당장은 눈앞의 인플레이션 불 끄기도 급하니까. FED put도 매한가지여서 연준은 지금 주식 시장 지수 하락을 걱정할 처지가 못 된다. 실제로 어제 IMF 토론에서 미 연준 (FED) 파웰 (Powell) 의장은 주가 하락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Q - Do you need the stock market lower?
"I would never point to one asset class...but we control one interest rate and that affects broad financial conditions. We monitor financial conditions and those affect the real economy. We have seen some tightening and that's to be expected."  (Powell, 2022.4.21)

 

또한 미 연준 (FED) 파웰 (Powell) 의장은 경기 연착륙 (soft landing)을 목표로 한다고 하면서도 그 표현 자체는 매우 자신 없는 느낌을 주었다.

“I don’t think you’ll hear anyone at the Fed say that that’s going to be straightforward or easy,” he said. “It’s going to be very challenging.” (Powell, 2022.4.21)

LIVE: IMF’s Georgieva, Powell, Lagarde and others discuss global economy - YouTube


다시 위의 스태그플레이션 정의로 돌아가 보자. 세 가지 주된 원인을 이야기했다.

 

1. 첫째, 코스트 푸시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 임금을 중심으로 한 기업의 생산비 상승에 의한 인플레이션)의 등장이다. 

  • 이는 현재의 우크라이나 전쟁 및 코로나 이후의 공급망 충격으로 인한 비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는 모습과 비유할 만하다. (원가 상승의 원인이 임금에서 원자재 가격으로 변했을 뿐...) 실제로 런투노가 전에 US PPI 분석을 통해 이야기한 내용처럼 생산자 가격 인상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2022.04.14 - [기관투자노트/경제지표] - 영국 3월 CPI 소비자 물가지수 & 미국 3월 PPI 생산자 물가지수 발표 및 주식시장 macro view

 

영국 3월 CPI 소비자 물가지수 & 미국 3월 PPI 생산자 물가지수 발표 및 주식시장 macro view

요새 inflation 관련 그래프를 보면 무슨 게임스톱 같은 meme stock이나 작전 들어간 코인 차트를 보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내가 주의 깊게 관찰하는 소위 G10 선진국 시장에서 거의 같은 모습

londonin.tistory.com

 

2. 둘째, 재정지출 중 사회보장 관계비 등의 이전지출이 경기동향에 관계없이 늘어남으로써 수요초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이는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 늘어난 재정지출 증가 흐름과 흡사하다. 전염병에 대처하기 위해 돈을 풀 수 밖에 없었으니까...

 

3. 이밖에도 대기업에 의한 가격지배, 산업계의 카르텔적인 체질이 현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원흉이라는 견해도 있다.

  • 애플의 아이폰 가격 인상? 아마존 프리미엄 가격 인상? 우버 가격 또는 배민 같은 배달 수수료 인상? 너무 흡사하다.

따라서 런투노가 보기에는 지금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냄비 안에서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미처 자각하지 못하는 개구리 같은 상황이다. 1970년대에 비해 조금 원인이 다를 뿐이지 결과는 같다면, 포트폴리오가 취해야 할 포지션은? 런투노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원자재 및 금 비중 증가
  2. 채권 회피 (일부 은행들이 3% 미국 10년 국채를 매수 의견으로 추천했는데 런투노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아직은)
  3. EM 및 Credit 축소
  4. 주식 비중 축소 및 방어주 위주 편성
  5. Cash is king (especially USD)

 

따라서 금리 및 채권은 여전히 sell on rallies. 특히 2년 만기 단기 채권 중심으로.

포지션 방향은 아직 short 아니면 neutral. 

연준 위원들이 뭐라 하든 금리 시장은 이제 50 bps가 아닌 75 bps 인상 가능성을 가격에 선반영하며 FED를 압박할 거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1970년 Misery index를 언급했는데... 현재 모습은 아래와 같다.

2022년 4월 현재 미국 Misery index (B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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