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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월 10일에 다른 곳에 쓴 글입니다. 블로그 이사하면서 옮깁니다.)


런던 시간 기준 오전 내내 조용하던 시장은, 오후 13:30의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 발표 이후 크게 반응했다.

우선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 (CPI, Consumer Price Index)부터 살펴보면 아직도 광범위한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나의 첫 직장이었기도 해서 정이 가는 BofA의 CPI 요약 자료를 보자.

아래 heatmap에 초록색으로 표시한 부분은 지난 1월부터 둔화되고 있는 소위 transitory factor, 자동차 관련 물가의 하락세. 하지만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제일 비중이 높고 중요한 주택 및 의료 서비스 물가. 이 두 요소의 물가 상승 압력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외에 다른 소비재 물가 또한 대부분 상승세가 이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BofA Jan 2022 US CPI report

아래 DB의 자료를 보면 시계열로 주택 월세 및 의료보험 가격의 상승세를 더욱 쉽게 볼 수 있다.

Deutsche Bank Jan2022 US CPI report

7.5%의 연 상승률을 보인 이번 1월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 (CPI, Consumer Price Index). 이는 1982년 이후 40년만에 최고치이기도 하다.

당연히 금리 시장, 특히 단기 금리는 크게 반응.

미국 2년 국채 금리 - daily candle chart (Bloomberg)

 

오늘 2년 금리의 움직임은 1990년 이래로 0.4%의 확률로 일어난 정말 big tail event.

아래의 distribution을 보면 오늘의 시장 움직임이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알 수 있다.

아마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동안 다시 보기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게 단지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 (CPI, Consumer Price Index) 발표만으로 일어난 건 아니었다. 범인은 역시 미 연준 (FOMC) 이사 한 명의 언론 인터뷰.. 이미 금리는 급등했지만 의외로 미국 주식시장은 선방하고 있던 그때에 다음의 인터뷰가 나왔다. 런던 시장은 17:45분경으로 장이 뉴욕으로 옮겨 간 시점이었다.

St. Louis Fed President James Bullard became the first Fed official to endorse such an increase in an interview Thursday with Bloomberg News. Mr. Bullard said he would support raising rates by a full percentage point in the first half of this year, which would require the Fed to raise rates by a half percentage point at one policy meeting in March, May, and June, or to raise rates by a quarter point in between scheduled meetings. The Fed hasn't taken that latter step since 1994. "We are going to have to be far more nimble and far more reactive to data," he told Bloomberg.

이때부터 다시 시장은 요동치기 시작... 오늘도 미국 장 마감까지 다 봐야 하는, 그런 날이 되어버렸다.

Bullard 이사는 이번 월요일에는 한 번에 50bp 올리는 건 별로라고 하더니, 오늘은 소비자 물가지수 발표 보고 180도 변해서 상반기 중으로 100bps 금리 인상을 지지한다고 깜짝 인터뷰를 해버린 거다. 아마도 본인 개인의 의견일 수도 있지만, 지난주 고용지표와 오늘의 물가지표를 받은 상황에서 시장은 그의 발언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또 혹시 연준에서 그에게 총대를 메고 시장에 선제적으로 신호를 주려고 한 의도적이고 계산된 발언일 수도 있다.

그의 발언 이후 이제 3월 FOMC에서 50 bps 정책금리 인상은 거의 90% 이상 기정사실화 시작.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놀랍게도 3월 정기 FOMC가 아닌 긴급회의에서 깜짝 금리 인상할 가능성까지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 아래 표를 보면 FF 선물이나 SOFR 선물이 3월 정기 FOMC 회의 전에 긴급 금리 인상을 반영하기 시작함을 알 수 있다.

각종 경제 위기 때마다 긴급회의에서 금리 인하는 본 적이 있지만, 긴급 금리 인상???

장난해?

진짜로?

에이 설마?

믿을 수 없었지만 시장 가격은 이미 그렇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글신께 여쭈어보니 1979년에 유명하신 볼커 형님께서 한 번 깜짝 금리 인상을 하신 적이 있다는 걸 알려주셨다.

이름도 무시무시하게 ' 토요일 밤의 대학살' (Saturday Night Massacre, 1979)

https://www.federalreservehistory.org/essays/anti-inflation-measures

 

Volcker's Announcement of Anti-Inflation Measures | Federal Reserve History

In 1979, President Jimmy Carter nominated Federal Reserve Chairman G. William Miller as treasury secretary as part of a larger cabinet shakeup. Miller, a former business executive who had served a little more than a year at the Fed, oversaw a period of sl

www.federalreservehistory.org

다행히 금리 쇼트 포지션을 잡고 있어서 성과는 좋은 하루였지만 반대로 시장이 참 무섭다는 두려움을 다시 한번 느낀 하루. 정말 한 치 앞을 볼 수가 없구나.

이 일을 하면서 한해 한해 지날 때마다 더 겁이 많아진다. 그리고 상상력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문제는 3/16의 FOMC는 아직 한 달도 넘게 남아 있다는 점이다.

연준으로서는 정말 골치가 아플텐데...

게다가 3월 초에는 다시 전월 미국 고용 통계 및 물가지수 통계 발표가 있다.

만약 다음 달에도 이번 달과 비슷한 지표 추세가 이어진다면, 또는 선재적으로 그런 지표가 나올 가능성을 미 연준이 높게 본다면, 앞으로 몇 주 내에 우리는 79년과 94년 단 두번 이외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연준의 긴급 통화정책 금리 인상을 직접 목격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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