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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월 소비자 물가지수 (US CPI)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인플레이션 압박 지속세를 보여줬다. ECB는 3월 ECB GC 통화정책 발표를 통해 QE 속도를 예상보다 빨리 줄이면서 통화정책 완화 자세를 보다 빠르게 긴축 기조로 전환했다.

 

1. 주요 경제지표 + 채권 시장 (Bond & Rates)

3/10에 나온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 (US CPI)는 7.9%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면 파란색으로 표시된 서비스 물가의 상승 압력이 계속 이어지는 추세가 확연하다. 

US CPI: FEB 2022

월간 추이를 heat map으로 보면 초록색이 점점 진해지는 에너지 및 식품 물가 및 주택 물가 상승 압력을 확인 가능하다. 그나마 자동차 관련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놓고 볼 때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이어질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 증가세와 전반적인 서비스 물가 상승 추이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US CPI MoM for Feb 2022 (BofA)

그럼 이와 같은 소비자 물가 상승세는 얼만큼 이어질까?

 

대부분 투자은행들은 YoY 기준으로 아마도 올 3, 4월 중에 최고점을 찍고 그 후에는 기저 효과로 인해 하락세로 이어지리라 예상하고 있다. 8.3% 정도 수준에서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아래 Barclays 자료가 이를 잘 나타낸다. 

2022 & 2023 US CPI (YoY) forecast (Barclays)

문제는 inflation expectaion이 실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이와 같은 물가지수 상승세 둔화, 즉 물가 압력의 감소가 더 늦게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 경제 제재로 인한 유가 및 식량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오히려 지금보다 더 물가 상승이 이어질 위험이 존재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현재 상황은 분명 upside risk가 더 커 보인다. 

 

만약 물가 상승 추이가 계속 이어진다면? 아마 미 연준(FED)은 보다 강한 긴축, 즉 더 빠른 정책 금리 인상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Powell은 Volcker가 아니지만...

 

이어서 아래 막대 그래프를 보면 3/11에 나온 미시간 대학 소비자 신뢰 지수(Univ. of Michigan Consumer confidence)가 계속 하향 추세를 그리고 있다. 이는 물가 상승 압력이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게 할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물론 미국 경제야 stagflation까지는 아니더라도 slowflation은 확실해 보이고, 이는 앞으로 미국 기업들의 실적 전망에 하방 압력을 가할 위험이 높다.

Univ. of Michigan Consumer confidence (March 2022)

 

 

 

2. 중앙은행 정책 + 채권 시장 (Bond & Rates)

먼저 3월 10일에 있었던 ECB GC 통화정책 발표을 보면, 유럽 중앙은행 (ECB)은 예상대로 2022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의 3.2%에서 5.1%로 상향 수정, 그리고 올해 성장률(GDP)은 4.2%에서 3.7%로 하향 수정했다. 당장 경제 성장률 수치는 플러스 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질수록 유럽 경제는 경기 침체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ECB economic forecast (Mar 2022)

하지만 ECB는 전쟁으로 인한 경기 침체의 위험으로 인해 좀 더 비둘기파적일 거라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보다 빠른 틍화정책의 정상화를 발표했다. 완화적이고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보다 정상적인 기조로 되돌려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무엇보다 놀란 부분은 QE taper를 예정보다 더 앞당기는 일정이었다.

 

과거의 taper 일정은 2분기 400억 유로, 3분기 300억 유로로 줄이는 보다 느린 속도였다면, 이날 발표 내용은 기존 일정보다 더 빠르게 4월부터 400억 유로, 5월 300억 유로, 그리고 6월 200억 유로, 이후 3분기부터는 0으로 줄인다는 방향이었다. 정책 기조도 open-ended  QE가 아닌 3분기에는 QE를 끝내겠다는 자세로 전환했다. 이는 시장 예상을 넘어서는 꽤 매파적 내용이다.

 

Lagarde 총재의 기자회견 또한 핵심은 flexibility와 optionality였는데, 이는 아무래도 물가 상승률이 계속 높아지는 상황에서 좀 더 빠르게 긴축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식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물론 Lagarde 총재는 optionality가 통화 정책의 완화일 수도 있다는 식으로 포장하려고 했지만, 현재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로 인한 공급 충격 및 물가 상승 압력을 감안할 때 통화 정책의 optionality는 매파적인 방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이날 (3/10) 유럽 국채들은 대부분 10 bps에서 15 bps 이상 상승했다. 특히 Taper 일정이 앞당겨지면서 QE의 가장 큰 수혜자이면서 다양한 carry trade 수요 혜택을 입은 이탈리아 국채가 상당히 많이 팔렸다. ECB의 통화정책 정상화 의지와 눈앞의 상품시장 가격 압력 및 공급충격으로 인한 물가 상승 가능성에 비추어볼 때 유럽 국채는 한동안 bear market이 이어지리라 생각한다.

독일 국채 5년 만기 금리

 

3. 주식(Equities), 환율(FX), 상품(Commodities) 시장

 

미국 및 유럽 주식시장은 월요일의 급락에서 조금씩 회복하는 한주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특히 원자력 발전소 폭격 관련한 시장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긴 했지만, 금요일 오후 하락세로 마감한 미국 주식시장의 약세가 눈에 띈다. 4200선을 간당간당 유지하는 느낌이다. 아마도 다음 주 수요일 FED 발표까지는 횡보하는 장세가 아닐까 싶은데 난 여전히 좀 더 조정이 이어지리라 본다.

미국 S&P 500 지수

 

유럽 시장은 주중 하루만에 7% 이상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은행들의 러시아 관련 손실 및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전망으로 인해 여전히 무거운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라고 가정할 때 아직 바닥은 멀었다고 생각한다.

Eurostoxx 50 지수 (daily candle)

 

특히 2022년 들어서 많은 기관들이 미국 주식에서 유럽 주식으로의 투자를 권했던 사실 (유럽 가치주)에 비추어 볼 때, 그리고 공급충격이 한동안 유럽 기업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면, 아직 좀 더 포지션 조정으로 인한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참고로 아래 주간 그래프로 보면 2020년 초반 코로나바이러스 수준까지 지수 하락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물론 난 가끔 지나치게 비관적이긴 하다. 이건 채권 투자자의 한계일지도...)

Eurostoxx 50 지수 (weekly candle)

 

환율시장은 역시 루블 약세 지속 + EURCHF의 parity 압박 및 스위스 중앙은행(SNB)의 환율 방어 정책이다.

 

하지만 역시 폭풍의 중심은 상품시장이다. 천연가스 및 유가 같은 에너지 가격 및 밀을 비롯한 곡물 가격 상승 추세는 잠시 숨 고르는 조정 국면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상품 선물시장은 강한 backwardation을 나타내고 있다. 만약 현물 가격 하락을 동반한 backwardation의 완화가 일어나지 않고 현물 가격이 높게 유지되면서 3개월, 6개월, 1년 선물 가격들이 상승세로 이어진다면 더욱 큰 공급충격 및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상품시장은 너무 많은 일이 있었지만 역시 제일 놀라운 사건은 역시 공산주의자/양아치같은 런던 금속 거래소(LME)의 니켈 거래 취소 결정이었다. 니켈 가격이 $45k에서 하루 만에 $100k로 뛰자 갑자기 거래를 중지시켰다. 이틀 만에 니켈 가격은 250% 이상 폭등하자 거래소가 거래를 중지시킨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니켈 가격 하루만에 $100k로 폭등

그런데 웃기는 점은 거래 중지가 아니었다. 갑자기 다음 날 LME가 전날인 화요일에 거래 체결된 5000여건의 거래계약들을 모두 취소해버린 것이다. 약 $4 billion, 한화로 대략 5조 원가량의 거래를 죄다 무효화한 거다. 당연히 선물 거래는 제로섬이고, 이러한 결정은 거래소가 돈을 잃은 거래 주체와 돈을 번 거래 주체 중에서 한쪽 편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정을 내렸다는 거다. 

 

듣자 하니 칭산(?)이라는 중국계 기업 대표가 니켈 쇼트에 크게 물려서 수조 원에 달하는 마진콜을 맞은 듯하다. 물론 돈을 번 쪽은 반대 매매를 한 헤지펀드들 및 트레이더들이다. 칭산이 당장 돈이 없어서 마진콜 청산을 못하면 당연히 100K 가격 수준에서 포지션 정리에 들어가야 하는 게 상식인데, 48K에서 100K로 가격이 뛰는 상황에서 체결된 거래들을 죄다 무효화해버리다니... 거래소의 신뢰를 완전히 깎아버린 양아치 짓을 했다. 이로 인해 아마 LME는 쇠락의 길로 가지 않을까? 

 

진짜 황당하게 LME 웹사이트에 가보면 아래와 같이 가격이 48K 수준에서 그냥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그 이후에 가격 상승 과정에서의 거래를 죄다 무효화하다니 참 어이 상실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 충격과 높은 변동성을 핑계로 들면서 이러한 결정을 정당화하고 있는데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보통 시장에서, 특히 선물 시장에서 이런 가격 변동이 나타난다는 것은 열이면 열 누군가의 포지션이 short squeeze로 물린 거다. 그런데 거래소가 그 포지션을 청산 처리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구제를 해 주다니... 

100,000 수준으로 치솟은 가격 및 관련 거래들을 다 지워버린 LME

https://www.lme.com/en/metals/non-ferrous/lme-nickel#Price+graphs 

 

LME Nickel | London Metal Exchange

Current and historical Nickel prices, stocks and monthly averages.

www.lme.com

이 칭산이란 중국계 기업은 몇몇 중국계 대형 은행 및 JPMorgan을 거래은행으로 활용했고, 이 은행들이 함께 LME를 압박해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이로 인해 수천억 원 이상의 이익이 다 무효가 돼버린 헤지펀드들은 LME 및 관련 주체들을 대상으로 당연히 법적 소송을 벌이겠지.

 

https://www.ft.com/content/898b6f27-ea75-419e-9e60-89e6d8ae4c2e

 

‘Soviet Metal Exchange’: LME irks traders by freezing nickel market

145-year-old venue scrapped trades after price surge wrongfooted a Chinese metals tycoon

www.ft.com

 

https://www.reuters.com/business/energy/lme-nickel-trading-halted-big-short-hits-big-trouble-andy-home-2022-03-08/

 

Column: LME nickel trading halted as big short hits big trouble: Andy Home

The London Metal Exchange (LME) has been forced to suspend all trading in its nickel contract after prices went into chaotic overdrive.

www.reuters.com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2-03-08/lme-suspends-nickel-trading-after-unprecedented-price-spike

 

Bloomberg - Are you a robot?

We've detected unusual activity from your computer network To continue, please click the box below to let us know you're not a robot.

www.bloomberg.com

 

https://www.marketwatch.com/story/chinese-nickel-giant-in-lme-nickel-market-meltdown-gets-financial-lifeline-from-banks-to-meet-8-billion-losses-11646861908

 

Chinese nickel giant in LME nickel market meltdown gets financial lifeline from banks to meet $8 billion losses

The metals industry, financial regulators and Chinese officials have rushed to resolve a crisis in London’s nickel market, which remained on ice after an...

www.marketwatch.com

 

 

4. 이번 주 교훈 및 다음 주 전망

이번 주 교훈:

지나치게 공포에 질려 너무 관망하는 자세를 취한 것 잘못이었다.

30 bps 이상 금리 상승하는 장에서 10 bps도 못 먹은 점은 매우 아쉽다.

Be greedy when everyone is fearful.

 

다음 주 전망:

ECB 정책 결정을 보면 중앙은행들의 인플레이션 공포가 느껴졌다. ECB조차도 물가 상승을 통제하지 못할까 봐 겁을 먹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국은 코로나 바이러스 국면에서 유럽이나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큰 대규모 재정 부양정책을 펼쳤다. 현재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이어져왔고, 지금의 에너지 가격 상승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따라서 FED는 3월 FOMC에서 보다 강한 긴축 금리 신호를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의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두고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 및 사회적 압박도 큰 상황에서 FED는 통화정책 실패라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좀 더 매파적인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아래 붉은 표시가 내가 다음 주 FOMC 예상하는 최소한의 fed funds rate median 상향 수정치이다. 이 보다 높게 나올 가능성이 낮게 나올 가능성보다 더 높다고 생각한다. 금리는 상승 모멘텀을 더 이어갈 테고, 주식시장은 성장주 및 기술주 중심으로 더 약세로 반응하리라 예상한다.

2021년 12월 FOMC fed funds rate dot chart

아직은 금리 상승 모멘텀을 타고 쫓아가야 할 시점이다. 

Trend is your 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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