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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유럽의 가뭄 이야기를 짧게 적었다.
2022.07.31 - [기관투자노트/주간 복기 및 전망] - 2022.7.25-7.29 주간 복기 (FOMC 및 경제지표, 기업 실적발표) 및 내주 전망 (ISM, BOE, NFP)

 

2022.7.25-7.29 주간 복기 (FOMC 및 경제지표, 기업 실적발표) 및 내주 전망 (ISM, BOE, NFP)

미 연준 7월 FOMC, 유럽 CPI 및 GDP, 미국 GDP, PCE, ECI, 기업 2Q 실적 발표 등 많은 macro event들이 지나간 한 주. 주식 및 채권 모두 변동성이 낮아지는 국면에서 risk parity rally 흐름을 보였다. 이번 주..

londonin.tistory.com

오늘은 이 주제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


1. 유럽 연합 산하 기구의 공식 가뭄 경고
유럽 집행위원회 (European Commission) 산하 기구 EDO (European Drought Observatory)에서 공식 보고서를 통해 가뭄 위기를 경고했다. 이번 주 초에 발행한 보고서를 통해 유럽 지역의 거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가뭄 위험을 경고.
EDO Home - European Drought Observatory - JRC European Commission (europa.eu)

 

EDO Home - European Drought Observatory - JRC European Commission

Drought Metadata Catalogue Search different types of resources (maps, data, papers, services) providing information about drought Animation of Combined Drought Indicator (CDI) maps Tool to detect drought trends from charts of EDO archive of weather, vegeta

edo.jrc.ec.europa.eu


아래 지도에서 볼 수 있는 최신 정보에 따르면 47%가 경고 수준이고, 17%가 위험 수준으로 상당히 심각한 상황.

EDO 유럽 가뭄 현황 (2022년 8월 현재)

문제는 이러한 기상 조건이 9월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게 예상이 나온 상황 (아래 지도와 같이 북부 유럽은 많은 비가, 반대로 남서부 유럽은 적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

EDO 2022년 7월 유럽 가뭄 보고서 기상 예측 - 9월까지 이어지리라 예상

네덜란드 기상관측 보고서 첫 표지 또한 작년 여름에 비교해서 올여름이 얼마나 메말랐는지 한눈에 보여줌. (아래 좌측이 2021년 8월 / 우측이 올해 8월 사진)

EDO 2022년 8월 네덜란드 가뭄 보고서



2. 유럽 가뭄 위기의 영향
단순하게 생각해도 크게 네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2.1. 농작물 생산 차질
아래 사진은 토양이 얼마나 메말랐는 지를 보여주는 자료. 이는 특히 옥수수와 같은 농작물 생산에 큰 악영향

EDO 2022년 7월 유럽 가뭄 보고서 - 메마른 토양


다음 BBC의 약 1분짜리 짧은 인터뷰를 보면 영국에서 보리 및 감자 수확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식품 가격 인상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https://www.bbc.co.uk/news/live/uk-62499531?ns_mchannel=social&ns_source=twitter&ns_campaign=bbc_live&ns_linkname=62f606132ea3472fbde834c6%26WATCH%3A%20%27It%27s%20a%20very%20worrying%20time%27%262022-08-12T16%3A07%3A27.002Z&ns_fee=0&pinned_post_locator=urn:asset:43c6dc84-5f89-4903-bd77-9a5caaa639bc&pinned_post_asset_id=62f606132ea3472fbde834c6&pinned_post_type=share

 

Drought latest: Warning of wildfires risk as drought hits parts of England - BBC News

The Met Office says the risk of fires spreading will be "exceptional" this weekend in large parts of England and Wales.

www.bbc.co.uk

 

 

 

2.2. 전력 생산 차질
아래 그래프는 물 부족으로 이태리의 수력 발전 용량이 크게 감소했음을 보여주는 자료. (댐에 물이 없다!)

EDO 2022년 7월 유럽 가뭄 보고서 - 이태리 댐 수력 발전 용량 감소

노르웨이 정부 또한 올여름 수력 발전을 줄이고, 겨울에 대비해서 물을 가둬놓기로 결정했다. 이는 유럽 전기 시장의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력 발전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는 일부 원전이 냉각수 확보 부족으로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기도 하다.

2.3. 운하 수송 차질 및 운임 증가
유럽에서 운하를 통한 수송이 상당히 중요한데, 그중 가장 중요한 강은 북서쪽의 라인강이고, 두 번째로는 남동쪽의 다뉴브강이다. 아래 지도를 보면 강의 수위가 낮아지고 유속이 줄고 있음을 확인.

EDO 2022년 7월 유럽 가뭄 보고서 - 말라버린 서유럽의 강들

2.4. 전력 수요 증가
한국 정도는 아니지만, 덥다 보니 에어컨 등의 전력 수요가 당연히 높아지는 상황.


3. 유럽 운하 수송의 중요성 - 라인 강을 중심으로
위의 2.3에서 적었듯이 라인 강을 이용한 운하 수송은 서유럽 경제, 특히 네덜란드 및 독일의 원활한 물류 수송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라인강 운송을 위한 국제단체 (CCNR)가 따로 있을 정도이고 (아래 웹사이트 참고) 독일 정부 또한 담당 기관이 존재한다.
Central Commission for the Navigation of the Rhine (ccr-zkr.org)

 

Central Commission for the Navigation of the Rhine

 

www.ccr-zkr.org


CCNR의 연간 보고서에 나온 아래 지도를 보면 네덜란드의 항구 도시들을 통한 해상 수송로가 내륙으로 주요 강들을 통해 운하 수송으로 연결되고, 그중에서 라인 강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유렵 대서양과 라인강 등으로 이어지는 주요 운하 노선들 (CCNR)

아래 자료를 보면 부피 및 무게가 큰 다양한 원자재들이 라인 강을 통해 내륙으로 수송되는 물동량을 확인할 수 있다. (석탄, 건설재, 원유 및 석유화학 제품, 철광석, 화학 원료, 농산물 등)

라인강을 통한 물류 운송 항목들 (CCNR)

그중 Kaub이라는 운하의 관문이 라인 강 수위를 측정하는 주요 포인트 (아래 지도에 붉은 원으로 표시)

라인강 수위 측정의 바로미터인 Kaub

아래 그래프는 이 Kaub이라는 곳의 라인 강 수위 측정치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 1 미터 이하로 내려가면 가뭄이고, 0.5 미터 이하이면 운하 수송에 제한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주말에 0.4 미터, 즉 40 cm 이하로 수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

2022년 최저치를 기록중인 Kaub point의 라인강 수위 (런투노)

이렇게 라인강 수위가 낮아지니까, 배를 제대로 띄울 수 없고, 설사 운행이 가능한 배라고 해도 적재량을 줄이지 않고서는 운행이 어려워지는 것. 아래 그림을 보면 백문이 불여일견. 평균 2.39 미터 수준의 수위가 지금 0.4 미터도 안 될 정도로 강물이 메말라버린 상황.

운하 수송을 위한 수심 확보의 중요성 (CCNR)


4. 금융시장 및 macro 영향
이렇게 중요한 라인 강 운하 수송에 차질이 생기자 금융 시장에서는 그 여파가 즉각 나타나고 있다.

4.1. 운하 수송 비용
아래 그래프는 정제유의 일종인 gasoil (주로 농업용, 난방용, 공업용으로 쓰이는 기름)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독일 및 스위스 내륙 도시로 운송하는 데 드는 운송 비용을 보여주는 그래프. 독일의 쾰른, 프랑크푸르트 및 스위스 바젤까지 수송하는 비용이 역대 최고치로 상승했다. 가뜩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위기를 겪는 독일 경제에는 또 하나의 나쁜 영향. (2018년도 역대급 가뭄이 발생했던 시기인 듯, 물론 2022년이 그 기록을 깨버리는 중)

라인강을 통한 gasoil 수송 비용 증가 (런투노)


이렇게 가뭄과 전쟁의 콤보 펀치로 유럽 에너지 가격은 거침없이 상승중. 아래 차트는 프랑스 1년 전기 선도 (백) 및 독일 1년 전기 선도 (청) 가격 및 유럽 천연가스 선물 (보라) 가격을 보여준다. 현재 가격은 지난 10년 평균의 약 10배 수준을 조금 넘어선 가격.

프랑시 및 독일 전기 가격 및 유럽 천연가스 가격 상승세 (런투노)


5. 경제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
5.1. ECB 통화 정책
공급 충격이라고는 해도 HL CPI 및 기대 인플레이션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더 강하게 가져갈 수밖에 없는 어려운 현실
5.2. EUR 및 독일 주가지수
호재가 없다. 호재가... (물론 이미 선반영 되어있는 가격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5.3. Inflation
공급 충격 (전쟁과 가뭄, 운송 비용까지 증가) + 에너지 위기 + 농산물 생산 차질
유럽 CPI는 아직 정점을 한참 멀리 남겨놓고 있다.

여름휴가가 끝나면서 유럽 금리 상승 압박 및 주가지수 하방 압력이 높아지지는 않을지...
EUR는 다시 parity를 향해 가지 않을까 생각.


6. 의도하지 않은 발견, 그리고 영국 사진 몇장
이태리 로마에서는 티베르 강이 메마르면서 네로 황제 시절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다리 흔적이 드러나기 시작.

로마 테베르 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드러난 로마 제국 네로 황제 시절 다리의 흔적

영국에서는 17세기로 추정되는 비밀 정원의 흔적이 가뭄과 함께 드러나기도...

잉글랜드 가뭄으로 Chatsworth House에서 드러난 17세기 비밀 정원의 흔적

하지만 이런 몇 가지 에피소드로 웃고 넘어가기에는 올여름 유럽의 푸른 하늘과 강렬한 태양은 야속하기만 하다.

영국 사진 몇 장

캠브릿지 비교: 작년 8월과 올해 8월

사막 같이 변해버린 캠브릿지 (BBC)

요크셔의 한 저수지가 말라버린 모습

바닥을 드러낸 요크셔의 저수지 (BBC)

그리고 가디언이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진들

https://youtu.be/IarlXdAgqfc

2022년 8월 영국 잉글랜드 가뭄 (Guardian)


우리 집 뒤뜰 라즈베리도 말라가고 있다.

 

가뭄으로 시들한 우리 뒤뜰 raspberry... (런투노)


비 좀 오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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