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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월 18일에 다른 곳에 쓴 글입니다. 블로그 이사하면서 옮깁니다.)


이번 주 내내 우크라이나에 대한 엄청난 양의 뉴스 헤드라인들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이 경고한 2월 16일은 오히려 미국을 엿 먹이려는 러시아의 군 병력 일부 철수가 있었고, 어제는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 설전이 이어졌다. 오늘 푸틴 대통령은 어차피 서방은 갖은 이유를 갖다 붙여 대 러시아 경제 재제를 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방어 태세 점검을 위한 군사 훈련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어제 영국 국방부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면서 다음의 예상 공격 루트를 공개했다.

 
영국 국방부 예상 러시아 침공 루트 (Ministry of Defence, UK)

 

지난 글에서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탄소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점, 각 국가별 러시아와의 물리적 거리, 국방력의 차이, 과거사 등의 이유로 개별 국가들이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의 간략한 표로 요약을 했다.

러시아 의존
(천연가스)
안보 이슈/군사력
러시아간
거리
대 러시아 정책
독일
50%
중간
중간
대화로 풀자
프랑스
25%
살짝 강경
유럽 내 군사력
리더
중간
살짝 강경 + 대화
영국
0%
초강경
유럽 내 군사력 리더
많이 멀다
초강경
동유럽 국가들
평균 60%
이상
무섭지만 강경
가까움
겉으로는 강경
발트 3국
90% 이상
매우 무섭지만 강경
소국
코앞
무섭지만 강경
스웨덴,
핀란드
핀란드
90% 이상
중립국
가까움
중립

실제로 아래 그림을 보면 지금 나토 국가들의 자국군 동진 배치 상황을 보면 이러한 차이가 드러난다. 상대적으로 영국군이 상당히 깊이 개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토 (NATO) 병력 배치 현황 (Express)

 

이 외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에 다양한 군사 무기 및 군수품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반대로 직접 자국군의 우크라이나 배치를 꺼리는 나토 (NATO)와 미국의 속내도 보여준다. 아직 나토 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에 직접 병력을 파견하는 것은 많은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

나토 (NATO)와 미국의 대 우크라이나 군수 지원 (FT)

 

그런데 최근 미국의 움직임에서 몇 가지 고민이 보인다.

1. 대중국 견제

아무리 천조국이라도 러시아와 중국을 상대로 동시에 전쟁 (국지전이라고 해도)을 하는 것은 심히 부담스럽다. 혹시라도 러시아랑 중국이 짜고, 우크라이나와 대만을 동시 공격하면 어떻게 하나?

2. 아프가니스탄 철수 후유증

기본적으로 미국인들은 '세계 경찰'에 관심이 없고, 미국 밖의 사정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철수 과정에서 체면이 많이 상했고, 우방국들로부터 욕도 많이 먹었다.

3. 2014년 크림반도 병합의 기억

오바마 정부에서 '어어어...?' 하다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손도 못 쓰고 지켜봤다. 유럽 내에서 '나토 (NATO) 무용론', 나아가 미국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높아졌다. 트럼프는 여기에 불을 지르고 갔고... ("America first!")

4.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

올해 미국 의회 중간 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게다가 최근 물가 상승으로 인해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이 많은 상황.

5. 우크라이나? 어디?

미국에서 보기에는 너무 멀다. 군사적이나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냥 멀다고!

따라서 미국은 러시아만큼 우크라이나에 간절하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국내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했을지 모른다. 푸틴에게 사전 경고를 하는 측면도 있고... 국지전이나 분쟁 지역화 정도라면 미국도 적당히 러시아를 경제 제제하는 수준에서 현상 유지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러시아는 이 틈을 노리고 우크라이나 내 반정부 (+친 러시아) 세력을 후원해서 내전을 고착화하고, 게릴라전이나 국지 도발을 이어가지 않을까 싶다.

 

 

그럼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지정학적 위기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만약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전면전으로 확산된다면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 고착화하는 것은 결국 점점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물론 나처럼 직업으로 금융시장에서 거래하는 기관 투자자들이야 단기 변동성 시장에서도 기회를 찾고 또 위험을 줄여야 하지만, 개인 자산을 장기 투자하는 개미 투자자로서는 크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단기 매매나 단타를 하는 개미는 다르겠지만.)

아래 표는 도이치 뱅크에서 분석한 과거의 군사 분쟁이나 지정학적 위기 시 미국 S&P 500 지수의 움직임이다.

색칠한 부분은 미국 경제가 불황이던 시기. 대부분의 위기가 주가지수에 미친 영향은 몇 주를 가지 않았고 (거래일 기준 16일!), 조정 폭의 중간값도 -6%가 채 되지 않는다. 결국 미국 주가에 영향을 끼치는 중대 변수 또는 장기적 요인은 아닌 것이다.

과거 지정학적 위기 사태가 미국 주식시장에 미친 영향 (DB)

 

어차피 나의 은퇴 포트폴리오의 투자 기간 (+15년 이상)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위기는 좋은 주식을 저가 매수할 기회.

결국 올해 주식시장은 물가 상승 및 그에 대처하는 중앙은행들의 긴축 통화 정책, 그리고 그렇게 유동성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드러날 한계기업 또는 거품의 꺼짐이라는 거시 변수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조정이 이어진다면 우크라이나 위기가 아닌 다른 거시 경제 요인 및 기업들의 어닝 실적 변화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좀 더 조정이 이어지리라 전망하기 때문에 지금은 현금 보유를 늘리고 좀 더 참을성 있게 주가 조정 장세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기술주 및 성장주들은 미 연준 (FED)의 긴축 기조로 인해 밸류에이션 조정이 좀 더 필요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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