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월 13일에 다른 곳에 쓴 글입니다. 블로그 이사하면서 옮깁니다.)
유럽에서 다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가을부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국경에 병력 배치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인 2월 11일, 백악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백악관 발표의 핵심:
"푸틴이 결심만 하면 언제든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는 시점이 왔다."
"동계 올림픽 기간에도 이러한 군사행동이 일어날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미국 시민은 48시간 이내에 속히 출국하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미국 시민 구출을 위한 미군의 군사작전은 없을 것."
이 발표가 있은 후 지난 금요일 오후 미국 시장은 전형적인 risk-off 장세.
대부분 주식 지수 하락, 채권 가격 상승, 금 상승, 원유 상승
그러면 미국의 이 같은 경고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까?
러시아, 그리고 푸틴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앞으로 일어날 시나리오들을 생각해 보자.
모든 것은 러시아와 푸틴의 다음 행동에 달려 있다.
따라서 온전히 러시아/푸틴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한 번 짚어본다.
워낙 복잡한 문제라서 세 번에 나눠서 생각을 정리하려고 한다.
첫째, 러시아의 입장
둘째, 유럽의 입장
셋째, 미국의 입장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생각은 이렇다.
1. 대규모 전면전의 가능성은 낮지만 국지전이나 우크라이나 내전 또는 소요사태로의 발전 가능성은 매우 높다.
2. 만약 대규모 전면전이라면 봄이 되어 땅이 다 녹아 진흙탕이 되는 3월 중순 이전이 러시아가 지상 군사작전을 펼치기에 적기.
3. 그러나 러시아의 가장 큰 무기는 군사력이 아닌 오일과 천연가스.
우선 역사적 관점에서 지금까지의 상황을 러시아 입장에서 간략히 정리해 보자.
통화정책, 거시 예측, 그리고 이런 지정학적 위기 모두 조금이라도 예측을 하려면 결국 과거 사례를 공부할 수밖에…
1. 러시아의 역사: 전쟁은 늘 서쪽으로부터...
미국이나 서방 세계 (western world)의 입장이 아닌, 러시아의 시각에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미국이나 유럽은 누구도 러시아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과거의 역사는?
지난 5세기 동안 러시아는 수차례 서쪽으로부터의 침략을 경험했다.
단순히 역사적 사실만을 나열해 보자.
1600년대에는 폴란드가 러시아로 동진했다.
1700년대에는 스웨덴과 러시아가 전쟁을 벌였다.
https://ko.wikipedia.org/wiki/%EB%8C%80%EB%B6%81%EB%B0%A9_%EC%A0%84%EC%9F%81
1800년대에는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공했다.
https://ko.wikipedia.org/wiki/%EB%9F%AC%EC%8B%9C%EC%95%84_%EC%9B%90%EC%A0%9
1900년대에는 독일이 1914년과 1941년 두 번이나 러시아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다.
https://ko.wikipedia.org/wiki/%EC%A0%9C1%EC%B0%A8_%EC%84%B8%EA%B3%84_%EB%8C%80%EC%A0%84
그리고 지금 2000년대....
러시아와 푸틴의 입장에서는 매 세기마다 서쪽에서 벌어진 전쟁이 이제는 없으리라 안심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최근의 상황은 이렇다.
2. 북대서양 조약 기구 (NATO)의 동진: 러시아 코앞까지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전후 유럽은 과거의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일련의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EURO라는 화폐와 유럽연합이라는 정치 경제 공동체가 탄생했다.
군사적 대응으로는 1949년에 창설한 북대서양 조약 기구 (NATO)가 있다.
아래 지도를 보면 초기 NATO 회원은 10개국에 불과했다.
하지만 미소 냉전을 거치면서 NATO는 실질적으로 소련, 지금의 러시아에 대항하는 구도로 굳어졌다.
그 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독일이 가입을 했고, 50년 후인 1999년에는 폴란드, 체코, 헝가리가 추가로 가입을 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점점 포위망이 좁혀오는 기분일 테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04년에는 러시아의 위성국가나 다름없던 발트해 3국 및 슬로바키아, 루마니아가 NATO에 가입한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정말 코앞까지 NATO가 동진을 한 상황.
이어서 2009년에는 크로아티아와 알바니아, 2017년에는 몬테네그로, 2020년에는 북 마케도니아가 NATO 회원이 된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우크라이나마저 NATO에 가입하면 더 이상 서부전선 또는 서방으로부터의 완충지대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돼버렸다. 이는 다음 지도에 더 잘 드러난다.
위 지도에 표시한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러시아의 북쪽은 북극이고, 남쪽은 코카서스산맥과 카자흐스탄, 동쪽은 우랄산맥과 시베리아로 막혀 있다. 이 세 방향에서 외세의 침략이 들어올 가능성이 매우 낮고, 역사적으로도 그랬다.
따라서 지정학적으로 볼 때 러시아의 가장 큰 위협은 모스크바에서 가까운 서쪽 유럽의 긴 국경선.
게다가 그곳에는 변변한 산도 없이 폴란드부터 벨라루스, 발트 3국에서 모스크바까지 죄다 그냥 평지.
러시아 입장에서 모스크바는 정말 서쪽으로부터의 침략에 완전히 노출된 형국이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이 루트는 1600년대 폴란드부터 19세기 나폴레옹 그리고 20세기 히틀러까지 매번 러시아가 외국 군대의 전쟁을 막아야 했던 아킬레스의 힐.
이럴진대 푸틴 입장에서 이러한 NATO의 동진을 그냥 무시하고 넘길 수 있을까?
러시아가 바라보는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시도는 말 그대로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따라서 러시아의 입장은 다음의 짧은 문장들로 요약 가능하다.
NO NATO IN UKRAINE.
NO UKRAINE IN NATO.
나토가 우크라이나 안에 존재하는 것도, 그리고 우크라아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3.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우리는 원래 하나
대부분의 유럽 나라들이 그렇듯이 우크라이나는 단일 민족 국가가 아니다. 키예프를 중심으로 동북부에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다수지만, 지금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동쪽의 러시아와의 국경 지대는 대부분 러시아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지난여름인 2021년 7월, 푸틴은 그가, 그리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바라보는 입장을 명확히 드러낸 글을 발표했다.
한 마디로 러시아는 절대 우크라이나가 NATO나 EU에 가입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경고이자 다짐. 이것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 군사 행동의 이유이자 목적이다. 이런 러시아와 푸틴의 입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우크라이나와 나토에 관해서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현재 러시아의 입장이다.
그럼 다음에는 유럽의 입장, 그리고 미국의 입장을 두 차례에 걸쳐 정리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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