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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월 25일에 다른 곳에 쓴 글입니다. 블로그 이사하면서 옮깁니다.)


참 일어나기 싫은 아침이었다.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몸은 주 2회 사무실 출근을 위한 새벽 6시 기상을 강하게 저항한다.

알람을 그냥 무시하고 따뜻한 이불 속에서 계속 꼼지락대고 싶은 마음...

일어나야지, 출근해야지. 마음을 다 잡고 몸을 일으킨다.

그나마 조금은 길어진 아침 해가 새벽길을 밝혀준다.

찬 새벽 공기를 가르며 집을 나선다.

나이를 한두 살 먹을수록 추위가 조금씩 더 싫어진다.

그런데 또 여름이 되면 차가운 겨울 공기를 그리워하겠지.

템즈 강(River Thames)의 남쪽에서 런던 금융가인 시티 오브 런던 (City of London)으로 출근하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지하철이냐 아니면 2층 버스냐?

지하철은 짧은 소요 시간의 장점이 있지만 코로나로 인해 조금 갑갑하고 괜히 위험한 느낌이다

2층 버스는 시간이 더 걸리지만 창문을 열고 환기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그래서 요새는 2층 버스를 더 자주 이용한다.

특히 출근 시간 2층 버스의 맨 앞자리는 탁 트인 경치가 덤.

버스 노선도 몇 가지가 있는데, 보통 그냥 제일 먼저 오는 버스를 탄다.

이날은 날씨도 나름 나쁘지 않은데 제일 먼저 도착한 버스가 소위 말하는 '관광버스 노선' 이었다.

첼시(Chelsea)와 슬로언 스퀘어(Sloan square)를 거쳐, 빅토리아(Victoria) 역, 버킹엄(Buckingham) 궁 주변,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 사원과 빅벤(Big Ben)을 지나, 트래펄가(Trafalgar) 광장, 스트랜드(Strand)를 통해 나의 목적지 세인트폴(St. Paul's) 성당에 도착하는 경로...

새로 바꾼 전화기를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다가 늘 보는 출근길 창밖의 풍경을 찍어보기로 했다.

우선 배터시(Battersea)를 지나 템즈 강(River Thames)을 건넌다.

만조로 강의 수위가 아슬아슬하게 느껴질 정도로 올라 차 있다.

이른 새벽이라 멀리 동이 터오는 모습이 조금은 뿌듯하다.

새벽의 템즈 강 만조로 높아진 수위

 

잠시 간밤의 아시아 시장 뉴스를 읽다가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버스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지나 빅벤을 마주한다.

2층 버스의 위 칸 맨 앞자리는 이럴 때는 정말 관광버스로 최적.

1년 가까이 이어진 빅벤 보수 공사도 거의 마무리 단계.

동이 틀 무렵 빅벤

 

멀리 트라팔가 광장이 나타난다. 점점 사무실에 가까워지는 순간.

오늘 하루에는 시장에서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잠시 상상.

트라팔가

코벤트 가든과 스트랜드의 뮤지컬 극장들을 지나 어느새 앞에 나타난 세인트폴 성당.

세인트폴 성당

이제 내릴 시간이다.

관광버스 코스 출근이 지친 직장인의 아침에 조금은 힘이 되어 주었다.

물론 출근하자마자 손절 거래로 시작해야 하는 아픔이 있었지만, no pain no gain...

그리고 정신 없이 어느새 하루가 지나고 다시 퇴근길.

꼭 퇴근길 버스는 나의 인내심을 시험하듯 뒤늦게 도착한다.

퇴근길 버스를 기다리며

역시 집이 제일이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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